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유아용 신발 ‘앙뉴’ 매장 내부
천연목재 블록 ‘숲소리’ 장난감 강국 일본·호주 진출
2006년 창업 ‘강경숙 칠판’ 색색깔 보드 ‘연 매출 50억’
천연염색 신발 ‘앙뉴’ 백화점 입점? 유럽 진출 꿈
2006년 창업 ‘강경숙 칠판’ 색색깔 보드 ‘연 매출 50억’
천연염색 신발 ‘앙뉴’ 백화점 입점? 유럽 진출 꿈
‘숲소리’블록, ‘강경숙 칠판’, 유아용 신발 ‘앙뉴’. 고가의 수입품이 넘쳐나는 육아 용품시장에서 당당히 명품으로 자리잡은 국산 제품들이다. 하지만 공통점은 또 하나 있다. 기존 제품에 불만을 느낀 엄마와 아빠가 직접 개발에 나서 까탈스러운 요즘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이다.
2008년 천연목재 블록 ‘숲소리’를 선보인 송재근(36) 대표는 딸아이를 키우면서 장남감 안전에 눈 뜬 경우다. 10년 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송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그 장난감 안전합니까?>라는 일본 책을 읽고 원목 장난감에도 플라스틱 못지않게 유해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송 대표는 목재 마감에 유해성분이 전혀 없는 아마인유를 사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전세계 나무들을 뒤져 20여가지의 나무 고유색을 찾아냈고, 벌목하지 않은 산림인증을 받은 목재를 사용하는 것도 숲소리 블록의 특징이다.
우연한 기회에 발을 들여놓은 사업은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2009년엔 예술작품과 일상용품을 접목시킨 고가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갤러리에 납품하기 시작했고, 장난감 강국인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진출했다.
대표적인 사양산업인 칠판 공장을 운영하던 남편과 결혼해 가정주부로 살던 강경숙(44) 대표는 학교와 학원의 전유물이었던 칠판과 보드를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육아·교육용품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2000년대 초 수작업으로 만든 까만 흑칠판으로 집안을 꾸며 인터넷에 올렸다가 주부들 사이에 화제를 일으켰던 강 대표는 결국 2006년 자석칠판보드에 눈을 돌리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네모난 화이트 보드 대신 연두색이나 보라색 등 보드에 색을 넣고 디자인도 고급스러운 원목 프레임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끼리나 나무 모양을 택하면서 엄마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게 성공요인”이라고 강 대표는 스스로 평가했다. 그의 이름을 딴 칠판은 현재 연간 5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뒤 1년만에 명품으로 자리잡은 신발 ‘앙뉴’를 만든 김성경 대표(40)는 잘나가던 숙녀화 디자이너 일을 접고 아이 둘을 키우다가 뒤늦게 다시 사업에 뛰어든 인물이다. “가죽제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화학 성분이 들어가는지 알기 때문에 더욱 기존 제품을 신뢰할 수 없었다”는 김 대표는 천연 염색방식을 개발하고 아이들이 가장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발 틀을 만드는데만 1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주요 백화점들의 입점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있다. 비싼 수수료를 물면서 가격에 거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청담동 매장과 누리집, 갤러리아백화점 특설매장만을 고집하는 김 대표는 대신 유럽시장 문을 조심스레 두드리고 있다. “당장의 수익보다 외국에서도 통용되는 괜찮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천연목재 소재 장난감인 ‘숲소리’ 블록의 기차블록
‘강경숙 칠판’의 유아용 칠판 마술나무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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