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 통한 SSM 확장 ‘제동’

공정위, 일부 점포 매각조건
롯데쇼핑 CS유통 인수 승인

롯데쇼핑이 기업 인수를 통해 골목상권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확장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점포에 대해 매각명령 등을 내렸다. 공정위가 기업형 슈퍼마켓의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대전 유성구 송강동의 굿모닝마트 점포를 6개월 안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롯데쇼핑의 시에스(CS)유통 인수를 승인했다고 24일 밝혔다. 굿모닝마트는 시에스유통이 운영하던 직영 슈퍼마켓으로, 롯데가 굿모닝마트 유성점을 인수하면 이 지역 시장점유율이 94.9%로 높아진다. 공정위는 “다른 슈퍼마켓의 신규 진입가능성이 낮아 가격 인상 등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기업형 슈퍼마켓 시장에서 롯데는 시장점유율 10.9%로 농협에 이어 2위, 시에스유통은 점유율 2%의 7위 업체다. 롯데쇼핑은 전국에 315개 롯데슈퍼를, 시에스유통은 직영점인 굿모닝마트 35개, 느슨한 가맹점 형태의 하모니마트 176개를 운영 중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6월 시에스유통 지분 인수 계약을 맺었다.

가맹점인 하모니마트에 대해선 기업형 슈퍼마켓이 아니라 개인형 슈퍼마켓이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점주가 가격이나 상품 공급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공정위는 하모니마트 점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2016년까지 롯데가 점주와의 기존 거래계약 내용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롯데’ 상호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롯데가 시흥, 평택 등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4개 지역의 하모니마트를 직영점으로 인수하려면 공정위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김성근 공정위 경제분석과장은 “대형 유통업체가 가맹점을 직영점 형태로 인수해 기업형 슈퍼마켓 확장을 꾀하는 경우엔, 독과점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