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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시장 상인들 “손님 늘었는데…날벼락” 허탈

등록 2012-06-24 20:43수정 2012-06-25 08:56

<b>북적인 마트…썰렁한 시장</b>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처가 위법이란 판결이 난 뒤 첫 일요일인 24일 낮 서울 강동구 천호동 천호시장(오른쪽 사진)에서 상인들이 썰렁한 시장통로에 나와 판결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 가운데, 근처 한 대형마트 매장에는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북적인 마트…썰렁한 시장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처가 위법이란 판결이 난 뒤 첫 일요일인 24일 낮 서울 강동구 천호동 천호시장(오른쪽 사진)에서 상인들이 썰렁한 시장통로에 나와 판결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 가운데, 근처 한 대형마트 매장에는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재개 ‘두 표정’
시장은
마트 쉬는날 맞춰 할인행사 준비
그나마 희망 갖고 장사해왔는데
법원 판결에 손님 뚝 끊겨 ‘썰렁’

마트는
고객들 ‘북적북적’ 매출도 늘어
협력사쪽 “월급 줄었는데 다행”
직원 “가족과 함께 못보내 섭섭”

24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성내2동의 성내시장. 입구에 걸려 있는 ‘일요일 할인행사’ 알림 펼침막이 민망할 정도로 시장은 한산했다. 이곳은 이마트 천호점에서 걸어서 5분 남짓 거리에 있고, 주변에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4곳이나 들어서 있다. 이런 탓에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로 강동구와 송파구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이날 일제히 일요일 영업을 재개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 시장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상인회장 박한규씨는 “한달에 두번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그나마 손님들이 좀 늘었고 상인들도 희망을 가졌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이틀 전부터 할인행사 소식을 알리고, 오늘 새벽 6시부터 시장에 나왔는데 아직 손님을 받은 가게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내시장은 350m 거리에 90여개 점포가 장사를 하고 있고, 주변에 아파트 단지들도 있어 입지 여건이 좋아 보였지만, 이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손님이 적었다.

실제로 기자가 30분가량 시장 한가운데서 지켜봤지만, 주변 가게 수십 곳 가운데 손님을 받은 가게는 딱 한 곳뿐이었다. 이 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영만씨는 “북어포를 할인 판매하려고 준비 다 해놨는데, 손님이 안 오니 무슨 소용이냐. 대형마트 일요일 휴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삭발을 하든지 머리띠를 두르고 길거리로 나가든지 해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동구 길동의 길동시장은 홈플러스 강동점과 1㎞가량 떨어져 있어, 성내시장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상인들의 허탈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계기로 공동쿠폰과 안내 전단을 만들고 다음달 8일에는 대규모 할인행사도 준비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의무휴업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이어서 상인들의 실망은 더 컸다. 이 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박성보씨는 “상인들이 이제 손님 좀 끌어보자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는데, 바닥에 껌이 딱 붙어버린 셈”이라며 “영광굴비 100두릅을 서울시상인연합회에서 행사용으로 시장에 내려보내 원가에 팔려고 했는데, 손님이 없어 팔지도 못하고 그냥 냉동실에 넣어놨다”고 말했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이날 이마트 천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 대기업들은 행정법원의 판결을 왜곡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법원은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일 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취지는 충분히 인정했다”며 “유통 재벌이 이 법의 공익적 취지를 존중한다면, 기존의 둘째·넷째 일요일 의무휴업 조처를 자율적으로 지속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문을 연 강동구와 송파구 지역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고객들로 붐볐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갑자기 정상영업 방침이 결정됐음에도, 이마트 명일점의 경우 지난 17일 일요일에 비해 매출이 오히려 14.6% 늘었다. 이마트 천호점도 이날 오후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지하매장의 경우 줄을 길게 서서 계산을 해야 할 정도로 고객들이 성황을 이뤘다. 휴일 영업 재개와 관련해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홈플러스 강동점의 즉석반찬 매장에서 일하는 김복례씨는 “우리 같은 협력업체 직원들은 일요일에 쉬면 월급이 깎이는 등 손해가 크다”며 “다시 일하게 돼 다행”이라고 반겼다. 같은 영업점의 수영복 매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조인숙씨는 “지난 4월부터 2주에 한 번씩 일요일에 쉬면서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어 좋았는데, 이제 그럴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대형마트 영업제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환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과 트위터 글을 통해 “이번 판결은 조례 제정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이라며 “조례에 맡길 게 아니라 법으로 강제해 (영업제한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최고위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골목상권 지키기는 동네 구멍가게와 대기업 자본의 경쟁이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며 “영업시간 규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규제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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