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을 팝니다” 이금순씨
“스타일을 팝니다”
“손님들 때문에 울기도 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패션어드바이저’ 이금순(54·사진)씨는 10대에 재단사 일을 배우기 시작해 40년 가까운 세월을 옷과 함께 살아왔다. 이제쯤은 지겨울 법도 하건만, 여전히 “옷 때문에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장년층 여성 브랜드 ‘부르다문’ 매장의 판매책임자로 2년 반 동안 신세계 본점에서 일했다. 백화점 경력은 3년여로 짧지만, 한때 50명의 직원을 거느린 의상실을 운영했던 여성복 전문가다.
그는 지난주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지난 10일 본점 재개장에 맞춰 매장을 옮기고 손님맞이 준비에 바짝 긴장했던 탓이다. “재개장 첫날 영업을 끝내고 나니 평소 ‘형님’ ‘언니’라 부르며 친분을 나누었던 손님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녀갔다는 걸 알았어요. 너무 고맙고 흐뭇해서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그는 이번 본점 개장과 함께 ‘패션 어드바이저’란 호칭을 새로 달게 됐다. 신세계가 ‘스타일’을 파는 백화점을 지향하면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판매전문가’를 키운다는 정책을 세웠기 때문이다.
“50~70대 여성 손님들이 드나드세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날씬해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똑같죠. 재단사로, 의상실 운영자로 직접 옷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좋은 조언을 할 수가 있어요.”
신세계 본점은 이번에 13개 부문 80여명의 판매전문가를 선발했다. 이들은 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고객들이 최적의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특히 옷 부문 ‘패션 어드바이저’와 구두 부문의 ‘슈피터’는 반년 전부터 백화점 자체 교육을 받았다. 식품매장의 와인·치즈 어드바이저, 생활매장의 인테리어 컨설턴트, 아로마 테라피스트들도 마찬가지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이씨는 자기 사업을 접으면서 하마터면 묻어버릴 뻔한 ‘옷사랑’을 이어갈 수 있어서 즐겁다고 했다. “강릉 토박이로 살다가 아이 교육 문제로 7년 전 서울로 왔어요. 잠깐 쉴까도 생각했지만, 옷이 너무 좋아서 일을 놓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또 스타일 만들기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미용사 자격증도 땄고요.” 그는 오늘도 넉넉한 ‘강원도 사투리’로 손님들에게 차 한 잔을 권하며 ‘스타일’을 판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사진 신세계 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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