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무슬림 국가인 이라크에서 한국 맥주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비교적 개방적인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자치구에서 한국 맥주를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식품부는 16일 “지난 1~2월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의 맥주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증가한 123만5000달러를 기록했다.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자치구에서 한국 맥주가 잘 팔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한국 맥주 수입액은 2010년 168만달러, 2011년 199만달러, 2012년 213만달러, 2013년 288만달러, 2014년 448만달러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이슬람권의 한국 맥주 수입액 가운데 이라크의 비중은 82.9%에 이르렀다.
쿠르드족은 중동의 다른 민족들처럼 무슬림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자치권이 강화된데다 개방적인 미국 문화의 영향이 커졌다. 또 주변 나라와의 무역이 활발한 점도 이들의 세속주의 성향을 더 강화하고 있다.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의 선입견과 달리 중동의 무슬림들도 술을 마시는 경우가 꽤 있다. 나라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쿠르드는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가깝기 때문에 더 개방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한국 맥주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강혜영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한국군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쿠르드 자치구의 수도 아르빌에 주둔해 이들의 재건을 도왔고, 최근 한국 드라마 <대장금>, <허준> 등이 이 곳에서 인기를 얻어 한국에 호감이 많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한국의 라거 맥주가 알코올 도수 4~5도 정도로 순하고, 다른 나라 맥주보다 맛이 강하지 않은 점도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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