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시세판 앞으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근 1년간 교통비나 여행비 등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이 주로 구매하는 품목 중심으로 물가가 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채소류·집세 등 저소득 계층의 지출 비중이 큰 품목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전체 물가상승률이 1%를 밑도는데도 저소득 계층은 물가안정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겨레>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과 ‘가계동향’ 자료를 교차 분석해 보니,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1년 전에 견줘 10.5% 올랐다. 담뱃값이 포함된 ‘기타 공업제품’(12.0%)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특히 배추(35.3%), 파(30.4%), 감자(24.0%), 시금치(20.8%) 등이 크게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채소류는 작년 상반기에 워낙 가격이 떨어진 탓에 기저효과로 올해 들어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류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품목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월소득 수준이 100만원 미만, 100만~200만원 미만 가구는 채소류의 소비지출 비중(채소류 및 채소가공품/소비지출)은 각각 3.8%, 2.8%지만, 소득 수준이 500만~600만원 미만과 600만원 이상 가구는 1.3%, 1.0%에 그쳤다.
한 갑당 평균 2000원씩(국산 기준 83.7%) 오른 담뱃값도 저소득 계층엔 큰 부담이다. 월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의 담뱃값 지출 비중은 1.6%이지만, 월소득 600만원이 넘는 가구의 지출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지난해에 견줘 3.3% 오른 전세도 저소득층엔 물가 상승을 체감하게 한다. 저소득층은 집을 소유하기보다는 전세나 월세 형태의 주거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비는 10.7% 올랐다.
반면 고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의 물가는 큰 폭으로 내렸다. 대표적인 예가 교통비다. 유류비 등이 포함되는 교통비는 소득이 높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품목이다. 교통비는 지난달 기준 1년 전보다 9.5% 떨어졌다. 고소득 계층일수록 지출 비중이 큰 국내 단체여행비는 1년 전보다 7.3%, 국외 단체여행비는 4.3% 떨어졌다.
‘소득계층별 물가지수’ 연구를 진행해온 장인성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장기 시계열로 봤을 때는 소득계층별 물가 부담에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며 “다만 최근 수년째 바닥을 기는 소득 증가율 탓에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와 실제 물가 간 괴리가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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