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계란 공급 농가 절반이 폐쇄
직원 동원 사재기 드러나 논란
정부, 계란 수입 계란 관세 일시 면제하기로
직원 동원 사재기 드러나 논란
정부, 계란 수입 계란 관세 일시 면제하기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로 계란 공급량이 대폭 줄면서 국내 매출 1위 제빵업체인 파리바게뜨가 일부 제품의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에스피시(SPC)는 카스텔라와 머핀, 롤케이크 등 계란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19개 품목의 생산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22일 전국 가맹점에 통보했다고 23일 밝혔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계란 공급이 줄면서 영세한 개인 빵집들이 피해를 보기 시작했지만 대형 제빵업체가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피시는 “계란을 납품받는 거래 농가 21곳 중 9곳이 조류인플루엔자로 폐쇄됐으며, 이로 인해 최근 계란 공급 물량이 40%가량 부족해졌다”며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카스텔라와 머핀 등의 제품 생산을 잠정적으로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스피시는 “회사가 창립된 이래 원료 수급 문제 때문에 생산이 중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한편 에스피시는 직원들을 동원해 사재기를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와이티엔>(YTN) 보도를 보면, 파리바게뜨는 ‘계란 수급 캠페인 정산 프로세스’라는 문건까지 만들어 직원들이 소매점에서 개인적으로 계란을 사온 뒤 구매 비용을 개인계좌로 송금받도록 했다. 에스피시 관계자는 “지난 주말 갑작스럽게 공급 농가들 상당수가 폐쇄되면서 담당 부서에서 새 수급처를 찾는데 애를 먹자 대응책을 고심하다가 무리수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뿐 아니라 삼립식품, 샤니 등 계열사와 던킨도너츠 등을 포함하면 제빵업계에서 에스피시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전체 빵 생산에 하루 평균 80t의 달걀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계란 수급이 계속 악화하면 계열사 브랜드의 빵 제품 생산에도 타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씨제이(CJ)푸드빌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계란값 폭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다음달부터 계란 수입 시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내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난황(액상 노른자), 난백(흰자 분말) 등 8가지 계란 가공품에 대해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할당관세란 수입업자들이 외국산 제품을 수입할 때 일정 물량에 한해 관세를 낮춰주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현재 관세가 8~30%인 계란 가공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는 사실상 관세 면제를 받게 된다. 또 신선란 소매 가격이 개당 250원 이상 유지되면 수입에 드는 항공운송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일부 유통상인 및 대형 제빵업체가 계란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농식품부와 식약처 등은 부처 합동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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