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명동역점은 1층부터 8층까지 각종 저렴이 생활용품들로 채워져 있다. 사진제공 다이소
값싼 생활용품을 모아 파는 ‘다이소’가 쇼핑 중심지 서울 명동에 8층짜리 작은 ‘백화점’을 열었다. 다이소 마니아를 비롯한 소비자들로 북적이는 다이소 명동역점을 지난 27일 찾았다.
명동역점 매장은 다이소 매장 가운데 가장 넓지는 않지만, 명품이 즐비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건너다 보이는 쇼핑 중심지의 금싸라기 땅에 1층부터 8층까지 ‘저렴이’ 제품으로 채운 미니 백화점을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이소아성실업이 1호점인 천호점을 1997년 5월에 연지 20년 만이다. 다이소 명동역점의 개별 공시지가(1㎡)는 1078만원이다. 1천~5천원 짜리를 파는 기업으로서는 다소 무리한 도전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였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5개의 계산대 앞에 30m 가량 늘어선 줄이 보였다. 계산원들은 분주히 움직였지만, 쉽사리 줄지 않았다. 쇼핑객들이 몰려드는 주말이 지난 평일 오후라 한산할 줄 알았으나 착각이었다. 윤지은 다이소 명동역점장은 “24일 개장일 방문객수를 기준으로, 주말인 25~26일은 2배가 방문했다. 오늘은 월요일인데도 24일 방문손님의 3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이 대세라지만, 다양한 상품을 한번에 볼 수 있고 소소한 소비의 즐거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몰리는 덕에 오프라인 다이소 매장 인기는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이소의 전체 매출도 고공행진 중이다. 2014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뒤 2년 사이 50% 이상 늘어나 2016년 매출은 1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다이소 명동역점 1층에 들어서자 계산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이정연 기자
‘다이소 마니아’ 가운데는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고 값도 싼 제품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탕진잼’(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사면서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을 느끼고 싶어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쇼핑 공간이다. 이날 다이소 명동역점에는 당장 혼수나 자취 살림살이를 마련하느라 바쁘게 매장을 훑는 소비자는 아주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이 물건, 저 물건을 다 들춰보며 천천히 쇼핑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서울 흑석동에 사는 문지호(21)씨는 “집 근처에 작은 매장이 있지만 거기에 없는 제품들이 많아서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소는 꼭 살 게 있어서 오지 않는다. 없어도 되지만 사고 싶은 게 있더라. 샀던 물건 중에 가장 쓸모없었던 것을 꼽으라면 초밥틀이었다.(웃음) 아직 한 번도 안 썼다”고 말했다.
매장은 전반적으로 잘 정돈돼 사려는 물건을 찾기 어렵지 않다. 주방용품 등을 파는 8층으로 곧장 올라갔다. 그나마 제일 한산한 층에 속했다. 3층의 문구류를 파는 곳은 제품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무늬가 있는 테이프인 ‘마스킹테이프’ 앞에 한참 제품을 만지작거리던 주소영(24)씨는 “워낙 가성비가 좋고, 여러 가지 디자인의 마스킹테이프가 나와서 종종 둘러보곤 한다”고 말했다.
매장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에서 온 루스 빌더스씨는 “여행 와서 명동의 호텔에서 지내는데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거 같아 한 번 와봤다. 작고 귀여운 제품들이 많고 값이 너무 싸서 이것저것 사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은 점장은 “주말 동안에는 방문객의 3분의2 정도가 관광객이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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