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펫 비즈니스 프로젝트팀’ 윗줄 왼쪽부터 김민아 팀장, 박은영씨, 김민석씨.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6일 강남점에 업계 처음으로 90㎡ 규모의 반려동물 전문컨설팅 매장 ‘집사’를 열었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 명품매장들 사이에 위치했다. 집사에는 전문 교육을 받은 ‘펫 컨설턴트’ 네 명이 상주한다. 이들은 반려동물의 종류와 생애주기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준다. 산책 서비스도 있고, 주인과 반려동물이 쿠키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라이브 키친’도 있다. 집사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을 위한 사랑방 같은 곳이다.
집사를 만든 롯데백화점 ‘펫 비지니스 프로젝트팀’ 3명을 6일 만났다. 사업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신입사원 박은영(28)씨다.
“제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는 걸 보니, 너무 신기해요. 지난해 7월 신입사원 연수 과정에서 발표한 내용이에요. 18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데, 종합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발표를 듣고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가 사업을 제안했고, 박씨는 “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입사원 연수 때 은영씨와 같은 팀이던 김민석(26)씨가 합류했고, 팀장은 사내공모로 뽑았다. 공모에는 “프로젝트에 실패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래로부터 올라온 사업인데다 신입사원 2명과 함께 해야 하는 작업인 만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판단이 깔렸다.
이탈리아 밀라노 근무까지 했던 해외패션 전문가인 김민아(39) 팀장이 뽑혀 지난해 8월부터 팀을 이끌고 있다.
“처음엔 좀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예요. 우리 셋 모두 동물을 너무 좋아해요. 롯데라는 대기업이 둘러싸고 있지만, 일하는 우리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주말에도 사업을 고민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서로 끊임없이 의견을 나눴죠.”
이런 열정이 팀 출범 5개월 만에 ‘집사 1호점’을 내는 결실을 맺었다. 첫발을 뗀 프로젝트팀은 1호점 운영을 지켜보면서 2호점 등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예요. 미용·운동·장례서비스 등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갈 거라, 사업 전망은 밝을 수밖에 없어요.” 민석씨는 “한발 앞서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도 같은 생각이다. “펫 사업을 프로젝트팀에서 사업본부로 확대시켜야 해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주택, 인테리어, 여행 상품 등 사업은 무궁무진합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3000억원에서 2020년 약 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대기업의 펫 사업 진출에 불편한 시선도 있다. 박은영씨는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업계와 어떻게 하면 상생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어렵지만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집사 1호점도 중소 파트너사와 협업 중이다. 프리미엄 사료 중소기업 ‘갤럭시펫’과 수제 간식을 만드는 ‘키친앤도그’, 반려동물 산책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프’ 등과 손잡고 있다. 집사는 롯데가 만들었지만 그 안에 상품과 서비스는 중소기업이 채우는 방식이다.
프로젝트팀 ‘3인방’은 앞으로 반려동물 전문관을 꿈꾸고 있다. “당장은 집사 매장 수를 늘리는 게 목표예요. 사업이 안정화되면 백화점 한 층을 반려동물 전문관으로 만들고 싶어요. 미용, 행동 교정, 호텔, 식당, 동물병원, 산책, 장례서비스 등 집사에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게 하는 거죠.” 김 팀장은 이런 사업을 통해 “반려동물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문화를 성숙시키는데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집사 1호점에 산책 서비스를 하잖아요. 강아지도 행복하려면 산책이 당연해지는 문화가 돼야 해요. 집에만 갇혀 있으면 안되거든요. 유기견 입양 지원 캠페인도 시작했어요.” 김 팀장은 “대기업이 하는 사업인 만큼, 사회적 책임을 늘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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