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라고 쓰는 행위는 줄지 않는다. 손으로 직접 쓴 글은 특별한 기분과 분위기를 전한다. 디지털이 절대 주지 못하는 경험이다.”
‘몽블랑’ 브랜드는 1906년 선보인 뒤 112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잉크가 새지 않는 만년필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고급 필기류 분야에서 명품의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전자 기기가 필기류를 대체하고 있는 시대다. 필기구 전문 브랜드 몽블랑은 이를 도전이라고 생각할까, 기회라고 생각할까? 몽블랑코리아 지사장으로 올해 3년째 일하고 있는 에릭 에더(사진)를 지난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나 답을 구했다.
몽블랑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생겼다는 점에선 디지털 시대는 ‘기회’라 할 수 있다. 수입 고급 제품의 소비는 과거에는 브랜드 실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로 이뤄져왔다. 이제는 바뀌었다. 몽블랑은 지난해 말 온라인에서도 제품과 브랜드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이(e)-부티크’를 열었다. “디지털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으나,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몽블랑은 펜으로 쓰면 바로 디지털화시켜주는 ‘어그멘티드 페이퍼’(Augmented Paper)를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핵심은 달라지지 않았다.”
몽블랑은 최근 소설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한 ‘마이스터스튀크 르 프티 프린스 컬렉션’(Meisterstück Le Petit Prince collection)을 출시했다. 만년필, 펜 등으로 구성된 컬렉션 제품들의 펜촉에는 <어린 왕자>의 주인공인 어린 왕자와 여우 등이 그려져 있다. 마이스터스튀크는 최고의 제품, 마스터피스를 뜻한다. 몽블랑코리아 쪽은 “이번 컬렉션은 <어린 왕자>라는 작품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기록하는 ‘쓰기’ 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에더 지사장은 “<어린 왕자>도 작가가 ‘글을 씀’으로써 우리에게 그 감성이 전달됐다. 몽블랑과 <어린 왕자>는 각각 필기류와 문학작품 가운데 가장 상징성을 갖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둘의 만남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만년필 소비층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몽블랑코리아가 만년필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대중과 함께하는 여러 행사를 준비하는 이유다. 에더 지사장은 “손 필기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는 문화에도 관심이 높다. 이를 염두에 두고 5월에 젊은층이 많이 찾는 미술관인 ‘디뮤지엄’과 협업을 진행한다. 캘리그라피(손글씨) 수업도 한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몽블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