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이 서울 한정판 양주를 출시해 화제다. 발렌타인은 그동안 세계 유명 도시를 대상으로 그 도시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위스키를 만들어 왔으나, 서울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마다 위축되는 국내 양주 시장 상황이 반영된 전략으로 보인다.
발렌타인은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서울 한정판 ‘발렌타인 17년 서울 에디션’을 국내 면세점에 출시한다”고 11일 밝혔다. 회사는 “위스키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존경받는 양조 기술자인 샌디 히슬롭이 서울에 머물면서 받은 영감을 제품에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포장에도 신경을 썼다. 최근 주목받는 캘리그라피 예술가인 박지은 작가와 협업해 제품 패키지에 먹을 활용한 그림을 넣어 서울의 역동성을 담아냈다. 가격은 79달러(약 8만4천원)이다. 발렌타인 관계자는 “한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발렌타인이 서울에 보내는 헌사를 담아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선보이는 서울 에디션이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위스키 회사가 서울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을 낸 것은 해마다 위축되는 국내 양주 시장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주류 연구기관인 아이더블유에스아르(IWSR) 통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08년 286만 상자에서 지난해 158만 상자로 9년 만에 사실상 반토막난 상태다. 이에 따라 양주 회사들의 수익도 해마다 급감하는 처지다.
최근에는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가 서울 강남 테헤란로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있던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기고,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운영하던 ‘조니워커 하우스 서울’도 5년 만에 문을 닫기로 해 화제가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29.1%나 감소했다.
국내 양주 업계 관계자는 “불황 지속과 김영란법 시행 등 양주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암울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들이 존폐의 위기를 느끼는 상황”이라며 “서울 한정판 같은 이벤트라도 계속 만들어야 매출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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