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의 아웃도어 의류 판촉 행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한겨레>자료 사진
“심각한 상황이다. 회복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최근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웃도어 의류 업계를 두고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가 한 말이다. 실제 소비자들은 요즘 아웃도어 의류를 사는 데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한 백화점이 9일 공개한 매출 자료를 보면, 2012년 아웃도어 의류의 매출 증가율은 31.0%에 달했다. 이후 점점 성장률이 둔화하더니 급기야 지난해엔 1.8%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 수치도 지난해 롱 패딩 열풍 때문에 가능했다. 2016년엔 성장률이 0.5%였다. 각종 고정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다. 삼성패션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7조원을 찍은 뒤 2015년 6조8천억원, 2016년 6조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4조5천억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류 업계에선 ‘이러다가 아웃도어 업계가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여러 요인이 있으나 등산복을 입고 일상생활을 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큰 원인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비슷한 등산복을 입은 한국의 단체 여행객 행태가 외국 미디어에서 자주 거론된 뒤, 등산복은 산에 갈 때 입는 것이라는 문화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구성이 좋고 유행을 덜 타는 특성상 재구매 비율도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팔리지 않으니, 대형 의류업체들은 사실상 사업 정리 수순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5년 11월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 사업을 접었다. 소식이 알려진 날 증권가에선 “호재다”라는 보고서가 나왔고, 주가가 5%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의류업계에서 아웃도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위기’가 돼버린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빈폴 아웃도어), 엘에프(라푸마)도 고민인 건 마찬가지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코오롱 정도 빼고는 대부분 아웃도어 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고민은 더욱 깊다. 살기 위한 처절한 ‘생존 게임’에 가깝다. 아웃도어 업계 1위 블랙야크는 지난 5월 커피 원두 로스팅 업체인 ‘커피클릭’을 인수했다. 업계에선 “블랙야크가 커피 전문점 사업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회사는 일단 커피 전문점 진출은 부인하고 있다. 블랙야크의 남윤주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향후 매장을 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라, 커피 업체를 인수한 것”이라며 “고객들이 매장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지 커피 전문점 진출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업계가 눈을 돌리는 또 다른 곳은 골프의류다. 꾸준하게 골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가 운동복 가운데 골프의류가 유행에 민감해 재구매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2014년 업계 2위 케이투(K2)가 ‘와이드 앵글’이란 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한 뒤, 2015년 밀레의 ‘밀레골프’에 이어 지난 3월엔 블랙야크가 ‘힐크릭’이란 브랜드로 골프의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두고 의류업체 관계자는 “아웃도어 전문업체의 경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매출 하락을 만회하려는 사업 다각화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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