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맥주 매출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111년만이란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원한 맥주 한잔”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최근 실제 맥주가 많이 팔렸을까? 뜻밖에도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너무 더워 알코올음료를 마시는 자체가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찬 맥주도 부담스러울 만큼 더웠다는 의미다.
1일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가 폭염이 이어진 지난달 13일부터 30일까지 매출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맥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특수를 누린다는 맥주 업계에 이변이 일어난 셈이다.
이마트는 원인을 ‘알코올’로 보고 있다. 시원한 맥주 한잔도 결국 알코올이라 더운 날씨에는 부담돼 소비자들이 꺼린다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적당히 더울 땐 맥주 매출이 높아지지만, 이번 여름은 기상이변 수준의 더위여서 소비자들이 알코올음료를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소주의 매출도 -2.4% 떨어졌다. 대신 맥주를 대체할 수 있는 탄산음료(26.5%)와 생수(10.3%), 수박(40.1%)은 매출이 올랐다.
맥주 매출이 주춤한 것은 대형마트 만의 일이 아니다. 편의점에서도 맥주 매출이 오르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 시기에 맥주 매출이 뛰어야 하는데 지지부진해 고심인 상황이다. 너무 더워 사람들이 편의점 방문조차 꺼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더위 때문에 맥주 매출 증대를 기대했는데 생각만큼은 아니어서 실망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끓여 먹는 봉지라면의 매출도 5.7% 빠졌다. 반면 컵라면은 7.2% 늘었다. 더위 때문에 소비자들이 라면 끓여 먹는 것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정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것 자체가 부담되는 날씨이다 보니, 가정 간편식은 15.7% 판매가 뛰었다.
뒤늦게 에어컨과 선풍기를 사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에어컨은 지금 사도 1주일 이상 대기해야 설치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88.6% 더 많이 팔렸고, 선풍기도 64.7% 더 많이 사 갔다.
더위에 가장 타격이 큰 것은 레포츠용품이다. 야외 활동이 불가능한 날씨 탓에 자전거(-35%), 등산(-17%), 캠핑(-14%) 용품의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이에 비해 물놀이용 워터 스포츠 용품은 82%나 급상승했다.
더위가 쉬 물러가지 않는다는 기상청 예보를 볼 때, 집 안에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컵라면이나 냉동 즉석식품을 사이다와 함께 먹는 소비 살풍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