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당 나트륨 함량이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를 50% 초과한 간편 소스 제품. 한국소비자원 제공
‘혼밥’·‘집밥’이 트렌드가 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간편 소스류에 나트륨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료에 소스만 부으면 되는 간편함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어, 업체들이 나트륨 저감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업계는 지난해 간편 소스 시장규모가 1천억원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 중인 소스류 32개 제품을 조사했더니, 일부 제품은 1인분만 섭취해도 하루 나트륨 기준치의 50%를 초과했다”고 30일 밝혔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 등 심혈관계 등의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트륨 섭취의 1일 기준치를 2000㎎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에서 판매중인 닭볶음탕양념(제조원 시아스)은 1인분(93g)에 들어있는 나트륨이 2462㎎으로 조사됐다. 1인분만 먹어도 하루 기준치를 23% 초과하는 셈이다. 원일식품이 제조한 얼큰매운탕용소스에는 1인분(50g)에 무려 2677㎎의 나트륨이 들어있었다. ‘나트륨 폭탄’에 가깝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1인분을 계량해서 먹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은 나트륨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혼밥이 잦은 1인가구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제품군별로 보면 1인분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고기 양념이 1370㎎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찌개 양념(1056㎎)이었다. 두 제품군 모두 나트륨 하루 기준치의 5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 양념으로 만든 제육볶음과 된장찌개를 같이 먹는다면 평균 2426㎎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셈이다. 여기에 김치나 젓갈 같은 반찬을 곁들이면 한끼 나트륨 섭취가 3000㎎을 넘을 수도 있다.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하는 당류 함량도 적지 않았다. 조사대상 제품의 100g당 평균 당류 함량은 13.6g이었는데, 이는 하루 섭취권고량(50g)의 27.2%에 해당한다. 특히 여름철 인기가 많은 팔도만능비빔장(팔도)의 경우, 100g당 35.5g의 당류가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품군별로 보면, 고기양념(16.7g)이 가장 당류 함량이 높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간편 소스류가 영양성분 표시 의무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표시를 한 제품과 안한 제품의 나트륨·당류 함량 차이가 컸다. 자발적으로 표시한 13개 제품을 소비자원이 분석했더니, 100g당 당류 함량이 1305㎎으로 미표시한 19개 제품(100g당 2123㎎)의 61.5% 수준이었다. 평균 당류 함량도 표시한 13개 제품(100g당 9.7g)이 미표시한 19개 제품(100g당 16.3g)의 59.5% 정도였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소비자원은 “찌개와 양념고기 섭취 빈도가 높은 식문화 특성을 감안하면 소스류를 통한 나트륨 과다 섭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관련업체에 나트륨 및 당류 저감 노력을 권고하고, 식약처에 소스류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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