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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유령공간을 인기 명소로…부동산 업사이클링의 마법

등록 2018-09-03 10:18수정 2018-09-03 21:01

유통업계, 유휴 공장·창고를 복합공간으로
지난달 개장한 ‘동춘175’ 주말엔 1만명 방문
“오랜 불황 여파도 원인”…아픈 ‘속사정’도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환경보호 차원의 ‘재활용’이 유통가의 화두가 된 가운데, 최근 유통업계에선 폐 건물 재활용 바람까지 불고 있다. 애초 용도가 사라져 더이상 쓰지 않는 폐 건물이 재활용 대상 1순위다. 놀리는 건물이나 공간을 재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이른바 ‘부동산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리사이클링)인데, 이면에는 산업 구조조정과 불황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동춘175’. 세정 제공
경기 용인에 위치한 ‘동춘175’. 세정 제공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으로 알려진 중견 의류기업 세정은 지난 달 7일 경기도 용인시에 일종의 복합 쇼핑몰인 ‘동춘175’를 열었다. 건물 위치가 ‘동백죽전대로 175번 길’에 있어서 이름에 175를 붙였다. 이 자리는 1974년부터 세정이 1호 물류센터로 운영하던 곳이었다. 회사 입장에선 의미가 있는 곳이었지만, 신 물류센터가 만들어진 뒤 용도가 ‘애매한’ 공간이 됐다. 회사는 쓸모없어진 건물을 허물지 않고, 공간 재생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구조를 변경했다.

복합 쇼핑몰의 특성상 식사와 쇼핑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평일 5천명, 주말 1만명이 다녀간다”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버려진 곳을 재활용한 것 치고는 쏠쏠한 성과인 셈이다.

한국암웨이의 ‘암웨이 플라자 전주점’은 기존 물류센터로 쓰던 곳을 업사이클링해, 쇼핑부터 각종 브랜드 체험 및 비즈니스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단장한 곳이다. 역시 버려진 창고를 잘 활용한 경우다.

서울 성수동의 대림창고와 문래동의 대선제분 밀가루공장도 대표적 사례다. 버려진 공간이었지만, 업사이클링 뒤 고급 외제 승용차 출시 기념회와 패션쇼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는 꽤 유명한 장소가 됐다. 2014년 부산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쓰인 부산의 ‘F1963’은 고려제강이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와이어 로프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고려제강은 공장 노후화로 문을 닫는 대신 전시 및 공연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기존 부동산을 재활용하는 게 인기를 끌자, 버려진 부동산을 별도로 임대하거나 매입해 재활용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만큼 업사이클링 전략이 대중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자회사인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서울 삼청동에 한옥 두 채를 연결한 ‘공병공간’을 만들었다.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자사의 화장품 공병 23개를 분쇄해 자재로 사용했다.

서울 계동의 젠틀몬스터 ‘배스하우스’. 젠틀몬스터 제공
서울 계동의 젠틀몬스터 ‘배스하우스’. 젠틀몬스터 제공
루이뷔통 등을 거느린 세계적인 패션·뷰티 그룹 엘브이엠에이치(LVMH)에서 600억원을 투자받아 화제가 된 국내 선글라스 업체인 젠틀몬스터도 2015년 서울 계동의 폐업한 목욕탕에 ‘배스하우스’라는 매장을 열어 화제가 됐다. 1969년 문을 열어 2014년까지 영업한 이 목욕탕은 한동안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으로 자주 언급되던 곳이었다. 공병공간과 더불어 서울 북촌 일대 관광명소가 됐다.

기업들의 공간 재활용은 환경 보호를 내세우는 윤리적 마케팅 측면도 있지만, 불황이 지속되자 과거 호황기 때 마련한 부동산이 쓸모가 없어진 ‘아픈 속사정’도 있다. 생산 공장이 국외로 이전하는 등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물류량이 줄어들면서 폐공장과 폐창고가 많이 생긴 것이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이 점점 줄어들고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노는 부동산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부동산 재활용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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