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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술 무제한·5천원 꼬치…특급호텔 맞나요?

등록 2018-09-10 11:41수정 2018-09-10 22:13

서울 특급호텔들 식음료 저가 경쟁 불붙어
무제한 술 제공에 시내 식당 수준 가격 책정
“유커 빠져나간 자리, 신규 고객 유치 목적”
더 팀버 하우스 해피 아워 메뉴. 파크하얏트서울 제공
더 팀버 하우스 해피 아워 메뉴. 파크하얏트서울 제공
서울 시내 특급호텔들이 술 무제한 제공 같은 파격적 식음료(F&B) 판촉행사를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내에 빈방이 없을 정도로 몰려들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사드 보복 조처 뒤 줄어들자, 호텔들이 새로운 국내 고객층 발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얏트 계열에서도 가장 고가 호텔로 알려진 서울 삼성동의 파크하얏트는 아예 호텔 지하에 운영하던 일식당을 지난해 10월 엘피(LP)바 ‘더 팀버 하우스’로 리뉴얼했다. 인근 직장인을 겨냥한 것이다. 가격도 합리적으로 낮췄다. 매일 저녁 6시~8시 사이 진행되는 ‘해피아워’는 예약하지 않으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한 사람당 6만9천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장어나 한우 요리 같은 고급 안주를 주고, 맥주·사케·칵테일 등 주류를 무제한 제공한다. 주류 매출에서 마진 폭을 키우는 호텔에서 술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다. 파크하얏트 관계자는 “주변 직장인 및 연인 단위 고객이 많다. 재방문율도 높다”고 말했다. 어쩌다 한번 가는 것이 아닌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고객이 늘었다는 얘기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도 샴페인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호텔 안 레스토랑인 ‘나인스게이트’에서 매주 금·토요일 밤 9시~12시 사이에 샴페인 3종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안주도 곁들여 주는데 한 사람당 7만원이다. 특급호텔에서 샴페인 한잔은 보통 2만원 이상이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에서도 무제한 주류 프로모션 ‘스피릿 가든’을 진행 중인데, 저녁 6시~10시 사이에 양주·와인·생맥주, 심지어 막걸리까지 120분 동안 무제한 즐길 수 있다. 가격은 한 사람당 2만2천원이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도 개관 7주년을 기념해 수제 맥주 1잔과 음식 1개, 그리고 행운권 3장이 포함된 티켓을 1만3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행사에서 맥주는 5천원, 음식은 7700원부터 가격을 매겼다. 이 정도면 시내 술집보다 싼 셈이다.

식당 전체를 합리적 가격대로 개편한 곳도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호텔 내 식당을 일반 고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면 리뉴얼해 ‘322 소월로’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했다. ‘322 소월로’의 일본식 선술집 텐카이는 꼬치 메뉴가 5천~6천 원대부터 시작한다. “호텔을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들을 위해 가격을 일반적인 시내 식당 수준으로 낮췄다”고 호텔 관계자는 설명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전체 운영비 가운데 인건비가 50~70%에 달하는 호텔 특성상 일반적인 식당 수준의 가격을 책정하면 적자가 불가피한데도 말이다. 호텔 업계는 “과당경쟁이 만든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처 뒤 급격하게 줄어든 유커로 인해 자연스럽게 서울 시내 호텔이 포화 상태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2010년 서울 특1등급(5성급) 호텔은 18개, 특2등급(4성급) 호텔은 26개였으나, 2017년엔 각각 25개, 45개로 늘어났다. 서울 시내 전체 호텔 수도 139개에서 399개로 3배 늘어난 상태다. 손님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경쟁이 치열해졌고, 호텔들은 문턱을 낮춰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파크하얏트 관계자는 “저가 전략은 일단 호텔에 대한 경험을 제공해 신규 고객을 창출하려는 목적이 크다”며 “에스엔에스(SNS)을 잘 활용하는 고객층이어서 홍보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다른 특급호텔 관계자는 “수익이 아닌, 홍보 목적이 크다. 불황도 장기간 이어지고 있어 가격을 합리화하는 움직임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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