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라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스토어. 세포라코리아 제공
글로벌 화장품 전문점 세포라가 오는 10월 한국에 첫 매장을 낸다. 지난해 확장 추이가 잠잠해진 국내 편집숍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세포라코리아는 오는 10월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 건물 파르나스몰에 547㎡ 규모로 첫 매장을 낸다고 15일 밝혔다. 1970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세포라는 여러 브랜드 화장품을 체험한 뒤 구매하는 체험형 매장의 원조다. 현재 34개 나라에 진출해 있다.
세포라는 탄탄한 입점 브랜드와 온라인 판매 강화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세포라코리아는 “프레스티지 제품 라인업,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매장 경험,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옴니 채널’(Omni-Channel)을 통해 새로운 뷰티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세포라 독점 브랜드와 자체브랜드(PB) 등 국내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화장품 브랜드로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화장품 편집숍이 대부분 헬스앤뷰티(H&B) 점포 형태로 운영되며 건강기능식품 등까지 두루 취급하는 것과 다르다. 또 국외에선 소비자 피부톤에 맞는 색상과 음영을 찾아주는 아이큐(IQ),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는 가상 아티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홍콩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온라인만 운영하는 것과 달리, 내년까지 13개 매장을 열며 온·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하기로 했다.
세포라의 국내 진출을 기다려온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일단 주시하는 분위기다. 국외여행 등으로 세포라를 경험한 고객층이 넓어진데다가, 세포라가 다양한 브랜드를 앞세워 화제몰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다만 시장 확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라, 차별화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지난해말 기준 업계 1위인 올리브영(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 점포수는 1100여개로, 전년 대비 90여개(8.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랄라블라(지에스리테일)는 ‘왓슨스’에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점포가 18개 줄어든 168개를 기록했다. 업계 3위인 롭스(롯데쇼핑)만 96개에서 124개로 28개 늘었다. 2017년 올리브영이 210개(26.3%), 랄라블라 58개(45.3%), 롭스 9개(10.3%) 매장을 늘리며 두자릿수 확장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편집숍은 편의점 등 다른 소매업에 비해 넓은 공간이 필요해 출점이 까다로운 편이다”며 “점포수 확장은 한계에 달했다고 보고, 우량점포를 강화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세포라가 가격 측면에서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국내 H&B 점포에는 1만~2만원대 제품이 반응이 좋은데, 세포라의 경우 4만~5만원 안팎의 중고가 제품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도 10만원 이상 고가와 중저가로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이다. 중고가 상품은 고객층 타깃팅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또다른 관계자는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상품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트렌드가 지속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세포라 제품이 백화점 브랜드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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