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은 지난해 4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고 영업손실은 1조원대를 기록했다. 11번가·위메프·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외적 성장은 이어가고 있지만, 적자는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쿠팡이 15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매출은 4조4227억8800만원(연결 기준)으로, 전년 대비 64.7% 성장하며 국내 전자상거래 기록을 경신했다. 로켓배송 등 직매입 비중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영업손실 역시 전년 대비 71.7% 늘어난 1조970억3700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전년 6735억여원에서 1조1130억여원으로 늘었다. 자본총계는 31억원이다. 2017년 자본은 -2610억원을 넘어서며 완전 잠식에 빠졌지만, 지난해 11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서 2조2500억원가량을 추가 투자받은 결과다.
물류·인건비용이 컸다. 운반·임차료는 2366억5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83억원 늘었다.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확대하고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하며 물류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쿠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해 전국 12개 지역의 물류센터를 24개로 늘렸다. 37만평(122만㎡) 규모의 물류 인프라는 로켓배송의 핵심 시설이다”고 밝혔다.
배송 강화에 따른 인건비 지출도 컸다. 지난해 인건비는 9866억2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311억원가량 늘었다. 광고선전비가 1548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는 것도 눈에 띈다. 쿠팡 관계자는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판촉 효과가 좋다고 판단해 지난해 크게 늘렸다”고 했다.
적자를 감수하며 외형을 키우는 것은 다른 이커머스도 비슷한 추세다. 물류 인프라 확보, 배송 경쟁 과열로 인한 부담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티몬 매출은 5006억원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성장했지만 영업손실도 1278억원으로 89억가량 붙었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에스케이(SK)플래닛에서 분사한 11번가도 19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 오픈마켓 방식으로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내온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1% 늘어 981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2.1%나 줄어들어 485억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위메프는 매출 4294억원으로 전년 대비 9.2%가량 줄었는데, 영업손실도 27억원 가까이 줄여 390억여원으로 낮췄다. 운반비만 219억여원에서 65억여원으로 대폭 줄였다. 물류비가 많이 들어가는 직매입 비중을 줄이고 오픈마켓에 집중해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2011년 이후 8년간 누적된 적자가 3800여억원을 넘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커머스 업계 경쟁은 배송시간 단축 등에 방점을 둔 터라, 당분간은 출혈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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