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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복세편사’·‘JMT 과자’… 삐에로쑈핑 ‘길잡이’ 누군지 봤더니

등록 2019-06-03 15:17수정 2019-06-03 20:33

잡화점 콘셉트 한국판 ‘돈키호테’
피오피 손글씨 최고령 김운정씨
축산물 판매하다 손글씨 첫도전

“예능·인스타로 유행어 배워
고객이 최고의 교본… 소통해야
‘대박’ 피오피 만드는 게 목표”
지난달 23일 이마트 삐에로쑈핑 두타몰점에서 만난 피오피 담당 김운정 사원. 사진 이마트 제공
지난달 23일 이마트 삐에로쑈핑 두타몰점에서 만난 피오피 담당 김운정 사원. 사진 이마트 제공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두타몰 삐에로쑈핑 점포. ‘요지경 만물상’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입구부터 요란한 풍경이 펼쳐졌다. 국외 스낵과 라면부터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식용 색종이, 큼지막한 문구가 박힌 티셔츠와 코스튬 모자가 뒤섞여 있었다. 상품의 족보도, 국적도 알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유일하게 ‘길잡이’ 구실을 하는 것은 진열대에 부착된 손글씨. ‘일본에서 왔다데스네’ 문구는 일본여행 인기 상품을 일컬었고, ‘알쓰(알코올쓰레기·술을 잘 못마시는 사람)도 마실 수 있다’는 문구 아래엔 저도수 주류가 놓였다. 이런 고지판은 김운정(49) 이마트 사원과 동료들 손끝에서 나왔다. 그는 이 점포 피오피(POP·판매 시점 광고) 디자인을 전담한다. 제품 가격이나 특성을 집약적으로 담아 고객의 마지막 눈길까지 붙잡는 게 역할이다. “상품이나 진열대가 화려하면 피오피는 간결하게 가요. 정보가 부족할 때는 삐에로쑈핑 캐릭터를 활용해 익살스러움을 더하고요.” 수성 물감이나 유성 매직펜, 형광펜 등 도구를 총동원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특성을 정확히 잡아내는 게 중요해요. 사용이 편리한지, 가격이 저렴하다든지요. 유행어를 활용한 ‘낚기’가 필요한 때도 있죠.” 국외여행 대신 국내쇼핑하라는 취지의 ‘복세편사’(복잡한 세상 편하게 사자) 문구도 그와 동료들이 머리를 맞댄 끝에 나왔다.

이마트 피케이(PK)마켓에서 축산물 판매를 담당하던 김씨는 지난해 6월, 삐에로쑈핑 개점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미술 전공도 아니고 캘리그라피 경험도 없지만, 완전히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학창시절 미화부장을 할 정도로 손글씨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막상 점포에 투입되자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무슨 상품이 어디에 있는지, 손님은 물론 직원들도 처음엔 몰랐어요. 여기가 놀이터인지 상점인지도 헷갈렸고요.”

주된 고객층과 세대차도 당혹감을 키웠다. 그는 10여명의 피오피 직원 가운데 최고령이다. 국외여행과 직구가 비교적 익숙한 20~30대 밀레니얼 세대의 감수성이 생소했다. 김씨는 티브이(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교본’ 삼았다. 하루에 두세시간씩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JMT(정말 맛있다)’, ‘TMI(과다한 정보)’ 같은 축약어를 익혔고, 새로운 상품을 보면 해시태그(#) 검색부터 하는 게 습관이 됐다. 요즘엔 1~2시간이면 간단한 고지판 하나는 거뜬히 제작해낸다.

이마트 삐에로쑈핑 두타몰점 김운정 사원이 만든 피오피 고지판. 사진 김씨 제공
이마트 삐에로쑈핑 두타몰점 김운정 사원이 만든 피오피 고지판. 사진 김씨 제공
지난달 23일 이마트 삐에로쑈핑 두타몰점에서 만난 피오피 담당 김운정 사원. 사진 이마트 제공
지난달 23일 이마트 삐에로쑈핑 두타몰점에서 만난 피오피 담당 김운정 사원. 사진 이마트 제공
이마트 삐에로쑈핑 두타몰점 김운정 사원이 지난달 23일 자신의 작업실에서 피오피 고지판을 만들고 있다. 사진 이마트 제공
이마트 삐에로쑈핑 두타몰점 김운정 사원이 지난달 23일 자신의 작업실에서 피오피 고지판을 만들고 있다. 사진 이마트 제공
이마트 삐에로쑈핑 두타몰점 김운정 사원이 만든 피오피 고지판. 사진 김씨 제공
이마트 삐에로쑈핑 두타몰점 김운정 사원이 만든 피오피 고지판. 사진 김씨 제공

“유행어 등에만 집착하면 비하나 하대 표현으로 거부감을 자아낼 수 있어요. 최고의 교본은 고객이에요. 소비자들이 어디서 발걸음을 멈추는지, 어떤 문구에서 웃음을 터뜨리는지, 유심히 살펴야 하죠.” 특히 두타몰 점포는 중국인 고객이 50%에 달하는 만큼, 고객 반응을 보며 공부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김씨는 강조했다. 지난 3월에는 일본판 삐에로쑈핑인 돈키호테 탐방을 위해 2박3일간 동료들과 오사카를 다녀왔다. “이전 여행 때는 ‘돈키호테 필수템’ 쓸어담기 바빴는데, 이번엔 피오피 사진만 100여장 찍어왔어요.” 눈에 띄는 색감을 이용하거나 물건 정보를 한눈에 전달하는 안목을 키웠다고 한다. “지금까지 피오피 고지판 500여개쯤 만들었는데요. 정년(60살)까지 일하면서 고객 장바구니 가득 채우게 만드는 ‘대박’ 고지판 500개쯤 내놓는 게 목표예요. 이참에 저도 ‘핵인싸(핵심 인사이더)’로 회춘하고요.” 김씨가 힘차게 웃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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