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 길게 늘어지는 모습 때문에 이른바 ‘칼국수’로 불리는 유선이어폰을 무선이어폰으로 대체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국외 직접구매(직구) 과정에서 품질 불량과 배송 지연 등 피해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7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접수된 국외직구 무선이어폰 관련 소비자 불만 155건 가운데, 올해 1~6월 접수건이 119건(76.8%)에 달한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전체 피해 건수(28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달 중국 광군제(11월11일),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11월29일) 등 연중 최대 쇼핑 행사가 예정된 만큼, 비슷한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소비자원은 내다본다. 거래금액이 확인된 사례 109건을 분석해보니 무선이어폰 피해 사례는 5만원 미만(44건, 40.4%)과 15만원 이상(34건 31.1%)으로 구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5만원 미만 제품 중 79.5%(35건)는 샤오미와 큐시와이(QCY) 제품이었고, 15만원 이상 제품의 경우 애플 제품이 47.1%(16건)였다.
피해 유형별로는 품질 불량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42.6%(66건)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6월 5건에서 올해 1~6월 49건으로 크게 늘었다. 우아무개씨는 지난 1월 국외 구매대행사에서 3만6천원짜리 이어폰을 구매한 뒤 2주 만에 한쪽이 들리지 않아 교환을 요구했으나 “7일 이내 하자 사실을 말한 경우에만 교환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국내 전자상거래법은 판매자가 표시·광고한 내용과 다른 제품을 판매한 경우 30일 안에 청약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소재지가 국외에 있는 사업자에는 해당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이어 미배송·배송지연 등 배송 관련 불만(29.0%)과 사업자 연락 두절 및 판매사이트 폐쇄(24.0%) 등 피해도 잦았다. 국외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227달러(약 26만3천원)를 지급했지만 사업자가 누리집을 폐쇄하고 3개월 넘게 이어폰을 배송하지 않거나, 결제 3주 뒤 재고 부족을 이유로 판매 계약을 취소한 것이 대표 사례로 꼽혔다. 소비자원은 무선이어폰 국외직구에 앞서 ‘
국제거래소비자포털’을 통해 사기의심 쇼핑몰 여부를 확인하고, 제품 불량을 발견하면 사진과 동영상 등 근거 자료를 확보한 뒤 즉시 사업자에게 알릴 것을 당부했다. 또 가짜 제품 등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신용카드 ‘차지백’(승인 취소 요청)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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