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지난 10월16일 연간 명품 구매금액이 1억원이 넘는 30·40대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국외 명품 의류와 시계 등 브랜드 가을·겨울 상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사진 롯데쇼핑 제공
롯데백화점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명품 강화를 선언했다. 주력 품목 가운데 유일하게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명품을 매장 전면에 전진 배치하는 방식으로 소비 부진 현상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11일 롯데백화점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프리미엄’ 강화의 일환으로 서울 중구 본점과 잠실점, 부산 본점 등 지역 주요 점포 1층에 명품을 대거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은 화장품과 잡화 위주로 구성돼 다양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 구실을 해왔다. 중저가 상품에 대한 집객 효과는 놓치더라도, 구매단가가 높은 중산층 이상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발표는 올해 3분기(7~9월) 실적 공개 직후 나왔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떨어졌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서민 소비가 침체한 결과로 본다”며 “경쟁업체보다 대중적인 이미지가 굳어진 만큼, 고가 수요도 흡수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명품 강화에 나선 것은 롯데백화점만이 아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달 대전에 브이아이피(VIP) 전용 쇼핑공간 ‘메종 갤러리아’ 문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7월 강남점 5개층에 루이비통 임시매장(팝업스토어)을 운영하는 등 중소형 공간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명품에 노출되는 빈도를 높였다. 20·30대 소비자 맞춤형 전략도 명품 강화에 맞춰져 있다. 두 백화점은 20·30대 고객을 겨냥해 연간 구매금액 400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주차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이아이피 제도를 신설하고, 명품 신상품 공개 행사 등에 초청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백화점 수익 구조가 명품 매출에 의존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지난 9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국외 유명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7% 늘었다. 여성 캐주얼(-17.8%), 남성 의류(-6.2%), 아동 스포츠(-9.6%) 등 품목 매출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3대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영캐주얼과 여성·남성복, 아웃도어 등 의류 수요가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전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큰 명품 매출에 백화점 매출이 좌우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또다른 관계자는 “명품은 목적성 구매가 뚜렷하기 때문에 매장 위치가 수요를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며 “고객 유입 효과가 큰 잡화와 화장품 등을 1층에서 뺄 경우 중산층 소비자를 놓칠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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