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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업들이 ‘앙드레김’과 손잡은 까닭

등록 2006-05-26 14:15수정 2006-05-26 14:19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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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세일즈 프로모션’에 제격
홈쇼핑,화장품,건설회사,생활가전으로 확산

지난 2001년 10월 이제 막 주요 유통 채널로 부상하기 시작한 홈쇼핑 업계에 작지만 의미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앙드레 김이 디자인 했다는 이너웨어가 ‘엔카르타’라는 브랜드로 홈쇼핑 채널에서 론칭된 것이다. 이전의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매우 비싼 가격대의 제품이었다. 사실 이전까지 홈쇼핑에서 팔리는 제품들은 홈쇼핑에 오기 전에 이미 나름대로 브랜드가 있는 제품이거나 아니면 아예 이름 없는 제품이어서 아주 싼 가격이거나 두 가지 중의 하나이기 일쑤였다. 홈쇼핑 채널만을 위한 별도의 프리미엄 제품이면서 디자이너 브랜드로 처음 등장한 것이 바로 엔카르타였다.

엔카르타는 화려한 디자인에 앙드레 김이 디자인 했다는 후광을 업고 프리미엄 디자이너 브랜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프리미엄 디자이너 브랜드가 홈쇼핑을 통해 론칭하는 방식은 당시만 해도 신선한 접근이었다. 이후 너도 나도 이 방식을 따르기 시작했다. 요즘 각 홈쇼핑 채널별로 디자이너나 연예인의 이름을 딴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엔카르타의 성공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패션 쇼를 대단한 이벤트로 바꾸어 놓은 앙드레 김의 사업가적 기질은 엔카르타와 같은 ‘이름 빌려주기’에서 잘 엿보인다. 사실 앙드레 김 이너웨어라고 이름을 직접 쓴 브랜드를 출시했다면 초기의 반응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엔카르타라는 별도 브랜드를 굳이 만들어 론칭했다는 것이 사업가로서 앙드레 김의 감각이 탁월하다는 예가 되는 것이다. 홈 쇼핑이라는 제한된 유통과 상품의 특성상 확장이 어려운 이너웨어라는 점을 고려, 자신의 이름을 직접 브랜드로 쓰기 보다는 제품의 질을 보증하는 역할로만 국한한 것이다. 언제라도 빠질 수 있도록.

엔카르타에서 자신감을 얻은 후 앙드레 김은 다양한 사업군별로 ‘이름 빌려주기’를 했다. ‘이름 빌려주기’는 라이선스 사업이다. 라이선스 사업이란 특정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고 그 대신 매출이나 이익의 일부를 대가로 받는 것을 말한다. 화장품, 속옷, 아동복, 침구 등 앙드레 김은 라이선스 사업의 형태로 생활용품 및 의류 시장에 계속적으로 진출해 왔다. 지금까지 앙드레 김이 ‘이름 빌려주기’를 해 준 품목은 한불화장품을 통해 내놓은 앙드레 김 화장품 '앙큼' 여성용 속옷 ‘엔카르타’와 아동복 ‘앙드레 김 키즈’, 고급 침구류 ‘앙드레 김 홈’ 그리고 '앙드레 김 골프웨어' 등 모두 5개나 된다.

2001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거는 라이선스 사업을 벌여 온 앙드레 김은 단순한 ‘이름 빌려주기’를 넘어서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패션이나 생활용품을 벗어난 산업분야에도 자신의 감각을 접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은 건설업체였다. 그는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함께 아파트 실내 디자인은 물론 전 평형의 내부 인테리어를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서 아파트에 브랜드를 최초로 도입한 삼성물산과 앙드레 김이 손을 잡았던 것이다. 우선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맡아서 화제를 일으켰다. 삼성은 앙드레 김과의 제휴를 통해 앙드레 김이 실내 디자인에 참여한 아파트를 탄생시켰고 작년 7월 최초의 앙드레 김 제휴 아파트인 목동 트라팰리스를 성공적으로 분양한데 이어 11월에는 특정평형에만 제휴했던 트라팰리스와는 달리 대구의 수성지역 래미안의 전 평형 인테리어를 앙드레 김과 제휴했다. 삼성의 래미안은 앙드레 김과의 디자인 제휴를 기념한 패션쇼를 모델하우스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앙드레 김은 늘 하던 패션쇼를 한 것이지만, 래미안은 모델하우스를 문화 체험의 장소로 격을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고 대구지역 소비자에게는 앙드레 김과의 제휴를 강렬하게 인식시킬 수 있었다. 브랜드 아파트 시장에서의 독보적 지위를 더욱 굳히는 “화제”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앙드레 김은 최근 생활가전 디자인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달 26일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삼성전자와 디자인 개발 및 마케팅에 대한 포괄적 제휴를 맺었다. 삼성전자가 판매 중인 모든 생활가전 제품의 디자인 개발에 참여하고 자문도 한다는 것이다. 제휴의 골자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의 색상과 문양 등 외부 디자인을 앙드레 김에게 맡기고, 그 제품에 ‘앙드레 김 ’ 브랜드를 붙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앙드레 김의 브랜드 영역이 가전제품으로까지 넓어지게 된 것이다. 앙드레 김이 직접 디자인한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은 실제로 올 연말쯤이면 소비자에게 선보인다고 한다.

삼성전자에서 앙드레 김이 받은 공식직함은 아트 디렉터이지만 앙드레 김은 디자인 개발뿐 아니라 신제품 발표회나 고객 초청행사에도 참여해 생활가전 브랜드의 마케팅 부분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패션 디자이너냐 사업가냐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전자는 이미 디자인 전문회사인 이탈리아 살라바니,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제스퍼 모리슨과 제휴를 맺은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있어 앙드레 김은 그들보다 더 효과가 있는 브랜드이다. 최소한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지펠이나 하우젠이 앙드레 김의 합류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앙드레 김의 이름을 단 제품 모두를 그가 직접 디자인하지 않아도, 국내 소비자들은 그의 이름에 대한 신뢰를 제품에도 보낸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업들이 앙드레 김에 주목하는 이유가 된다.

패션이나 생활용품을 넘어선 건설이나 전자업체들 마저 앙드레 김에 주목하는 까닭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기업들은 디자이너로서 가지는 그만의 특징 때문에 앙드레 김에 주목한다. 앙드레 김 디자인의 특징이 아닌 앙드레 김의 디자이너로서의 특징은 무엇인가? 구치, 샤넬 혹은 국내의 이신우 등과 앙드레 김은 어떤 면에서 다른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모두들 자신의 이름이 브랜드가 된 디자이너라는 것은 공통점이지만 그 중에서 앙드레 김만 패션 디자이너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단 옷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기성복의 형태로 나오는 앙드레 김의 옷은 없다.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중에서 거의 유일한 사례가 된다. 구치나 샤넬의 디자인 특징은 제품 특히 옷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나오는 기성복이 없다는 것은 소비자가 앙드레 김의 디자인 특징을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저 TV 등에서 본 그의 패션 쇼를 떠올려서 ‘화려하다’라거나 ‘동서양의 조화가 특징이다’라는 식으로 밖에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패션디자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업들도 앙드레 김과 손잡을 경우 디자이너의 디자인 특징 그것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특징 때문에 제품 개발의 방향이 좁아지는 경우가 별로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기업으로서는 손잡이 하나만 바꾸고도 제품 전체가 앙드레 김의 디자인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앙드레 김은 “가전제품의 실루엣은 삼성 디자인연구실의 우수한 브레인들이 담당할 것”이라며 “전체적인 분위기와 개성, 디테일한 문양 등을 그리는 작업을 맡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디자인 때문에 제품을 완전히 바꾸는 지난한 작업을 하지 않고 약간의 보강만으로도 충분히 디자이너 브랜드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앙드레 김과 손잡기에 충분한 이점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앙드레 김의 프로모터적 성격 때문이다. 앙드레 김은 패션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라기 보다는 패션 쇼로 유명한 디자이너이다. 당대의 최고 스타라면 반드시 거쳐가는 자리가 된 그의 패션 쇼는 그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로 충분히 소비자에게 주목을 받게 된다. 이미 래미안이 활용한 것처럼 앙드레 김의 패션 쇼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기에도 매우 좋다. 그의 패션 쇼에 등장하는 스타들을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모두 동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앙드레 김이라면 가능하다. 오랜 세월 동안 다져진 그의 네트워크와 패션 쇼를 이벤트로 만들어 내는 능력은 기업이 마케팅 도구로 그의 패션 쇼를 활용하고픈 욕심을 갖게 하며 또 앙드레 김을 주목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황부영 브랜다임 사장 max@brandig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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