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이코노미21〉
[이코노미21] 눈앞 정책에 휩쓸리지 않는 나만의 투자관
눈앞의 정책이나 흐름에 휩쓸려 다니다가 후회하지 말고 진득하니 나만의 투자관을 가지고 외풍에 좌우되지 않는 소신 있는 시야와 관점이 필요한 시기이다.
스승이 세 명의 제자에게 숙제를 얘기한다.
“지금부터 세 시간 안에 이 방안을 가득 채울 만한 걸 구해서 가지고 오너라. 뭐든지 상관없다”
숙제를 받은 세 명의 제자는 황급히 나가서 각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마침내 과제물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첫 번째 제자가 가져온 것은 볏짚이었다. 볏짚을 태워서 그 연기를 방안 가득히 채운다는 해답이다. 그럴듯하다. 두 번째 제자가 가져온 것은 된장이 가득 들어있는 항아리이다. 항아리 뚜껑을 열자마자 된장냄새가 방안 가득히 번지며 냄새로 방안이 채워졌다. 역시 제법이다. 세 번째 제자가 가져온 것은 라디오와 신문 뭉텅이이다. 라디오를 틀자마자 온갖 부동산 관련 뉴스와 함께 신문에서는 부동산버블에 관한 특별기획 기사가 그득그득하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정부의 행태를 꼬집는 우화한 토막이다.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경쟁하듯이 부동산 버블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다.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몇 년 안에 몇%까지 떨어질 거라느니 꼭짓점의 막바지에 와있다느니 특정지역을 꼬집어서 버블의 핵심은 버블세븐에 있다느니 식으로 누가 더 막나가는지 경쟁을 하는 듯싶다.
과거에도 이렇게 극단적인 몰아붙이기 식의 정책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적이 몇 번 있었다. IMF직후 내수 소비를 살리자는 취지에 분양권 전매를 허용했으며 신용카드 복권 제나 연말정산 소득공제 등을 신설해서 신용카드를 남발하게 해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가계부실을 초래했던 게 과연 수 십 년 전인가?외부에 강의를 나가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면 으레 나오는 얘기가 5.31 지방선거 얘기보다는 부동산 버블 얘기나 과연 강남의 집값이 떨어질 거냐에 대한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들고 고민을 하게 만들고 토론을 하게 만드는 주체가 바로 정부인 셈이다. 주식이나 펀드 같은 금융을 중심으로 한 건전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의도보다는 일단 하나를 꺾어서 하나라도 놔두자는 식의 ‘모 아니면 도’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어떤 금융감독 당국의 부원장은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50%가량 떨어지더라도 금융기관의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를 했다. 과연 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 등의 금융기관들과 충분히 논의를 한 후에 나온 얘기일까. 오히려 당사자인 금융기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임기응변식의 즉석 떡볶이 같은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럴 때 일수록 냉정을 찾자. 세상에 누구 하나 믿을 사람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당장 눈앞의 정책이나 흐름에 휩쓸려 다니다가 후회하지 말고 진득하니 나만의 투자관을 가지고 외풍에 좌우되지 않는 소신 있는 시야와 관점이 필요한 시기이다.
다행히 월드컵경기가 곧 열리니 정부에서 뭐라고 하던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며 잠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놓는 게 어떨까.
불스아이 / bullseye1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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