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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섹스 스터디] 바람 피다 ‘상처’ 입을라

등록 2006-06-02 16:06수정 2006-06-03 16:17

일러스트레이션 이지노
일러스트레이션 이지노
섹스는 스트레스를 깨끗이 풀게 도와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잠깐의 쾌락으로 배우자에게 죽음을 선사할 수도 있다.

서울 바닥은 넓은 듯하면서도 은근히 좁다. 한 번은 시내의 한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 안에서, 우연히 학교 후배를 만나게 됐다. 서로 술이 오른 상태였으니, 반가운 상황은 오버를 더해 이 얘기 저 얘기 나오다가 ‘그 얘기’까지 나왔다.

후배는 시원시원한 말투와 이목구비, 훤칠한 키, 막힘없는 언변으로 회사는 물론 어느 자리에서나 인기를 독차지했다. 또한 그의 주변엔 매일 많은 여자들이 모였고, 동기들은 시기 반 질투 반으로 후배를 바라보기도 했다. 얼마 전에 후배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제는 마음을 잡고 한 여자에게 정착하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짧은 만남 동안 후배가 꺼낸 말은 놀라왔다.

“얼마 전 술김에 처음 만난 여자와 잠자리를 하게 됐는데 ….”

결혼 후에도 후배는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며 좋아했다. 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자기 버릇 남 주랴 싶은 마음으로 그의 현란한 스토리를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제가 이전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성기에 사마귀가 몇 개 생겼어요. 문제는 이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관계를 가지다가 그 일이 있고 난 뒤 제가 잠자리를 의식적으로 피하니 아내가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아요.”

신혼의 혈기 왕성한 나이 후배의 말 못할 고민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나는 이쯤에서 그에게 일침을 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국내 여성 사망 원인 중 약 51%가 암이 원인이고 여성에게 비교적 흔한 암 중 하나가 자궁경부암이야.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너 같은 남편과의 성행위라고. 게다가 우리나라 30-40대 여성 중 30% 정도만이 정기검진을 받는 실정이라고.”


협박 아닌 협박에 놀란 후배의 얼굴을 뒤로 하고 헤어지기는 했지만,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자궁경부암은 성행위를 통해 감염되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가 원인이다. 국내 여성에게 흔한 암이지만 예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성행위시 콘돔을 착용하면 HPV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조기에 자궁경부암을 발견한다면 치료 후 생존율도 약 80-90% 정도로 본다.

게다가 최근 세계 최초로 자궁경부암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 매년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세계 29만 명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한다. 이 백신은 이전 자궁경부암의 조기진단법으로 알려진 팹 테스트(Pap test) 개발 이후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모든 문화와 발전은 성의 원천에서 솟아 나온다”고 말했다.

섹스는 종족 번식의 목적 외에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깨끗이 풀게 도와주기도 한다. 섹스의 신비롭고 건전하고 흥미로운 자극은 무미건조한 우리의 일상생활에 분명 활력소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잠깐의 쾌락으로 인해 배우자에게 죽음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잠실 쉬즈 여성한의원 이혁재 원장(www.sh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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