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들이 분식회계.주가조작 등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economy21 사진
[이코노미21] 분식회계, 주가조작 속출
자본금 200% 경영진이 ‘꿀꺽’
자본금 200% 경영진이 ‘꿀꺽’
벤처업계가 밑둥부터 썩어가고 있다. 잇따른 분식회계와 주가조작, 주주와의 불법거래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 올 들어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철창신세를 지게 된 것만 봐도 벤처업계의 모럴헤저드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벤처 비리는 대형 기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의 불법행위로 검찰에 고발 조치한 사례만 16건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 활황과 함께 다시 한번 도약하고 있는 벤처 기업들. 그 이면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벤처 1세대의 몰락은 연일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한국 벤처산업의 신화로 불리는 장흥순 전 터보테크 전 회장을 시작으로 김정률, 김형순 전 대표까지 줄줄이 구속됐다.
회계부정,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화려한(?) 퇴진에 가려진 중소 벤처기업들의 불법 행위도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최근까지 벤처업계에서는 경영진과 주주들을 중심으로 분식회계, 주가조작, 부당 금전지급 등의 행위가 속출했다. 회계법인과 감사인 등까지 연루, 조직적인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벤처업계 전체가 뿌리부터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코스닥 상장 법인 ㈜동진에코텍에서 11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난 것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동진에코텍은 증선위로부터 과징금 8억3천330만 원을 부과 받고, 경영진 3명이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동진에코텍은 작업 진행률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매출채권 70억여 원을 부풀렸다. 또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무단으로 인출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 40억 원을 허위 계상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동진에코텍의 범법 행위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금전대여 등의 불법행위로 경영진들이 줄줄이 검찰 고발된 사실이 확인됐다. 동진에코텍 전 대표이사 정성민 씨는 사채업자와 공모, 회사 법인을 연대보증 세운 혐의로 사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히 정 대표는 2004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경영권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차례에 걸쳐 사채업자를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동진에코텍 법인을 연대보증인으로, 백지 약속어음 1장을 견질용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 회사 상무이사 김옥주 씨 역시, 총 78억 원에 달하는 회사자금을 가지급금으로 사용하다 쪽박을 찼다. 김씨는 동진에코텍으로부터 횡령혐의로 고발 조치됐고, 소유 재산에 대한 보전처분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히 동진에코텍의 사례는 수년에 걸쳐 불법행위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명성이 결여된 기업은 또다시 불법적인 경영 행태를 보이기 쉽다는 원칙이 드러나는 대목. 벤처 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 발생 기업에서는 주주들의 비리 등 또 다른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게 보통”이라며 “신의를 원칙으로 하는 코스닥의 생리상 이런 기업은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고 전했다. 지난해 180억 원대에 달하는 분식회계가 발생한 우리기술의 경우도 최고 수준(?)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 우리기술은 실제로 있지도 않은 양도성 예금과 투자일임자산 182억8천400만 원을 허위 계상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특히 우리기술에서는 담당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까지 연루돼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조치를 받았다. 우리기술의 회계감사를 맡은 삼화회계법인은 문제가 된 양도성 예금에 대한 실사를 하지 않았다. 삼화회계법인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수로 보기에는 고의성이 짙다. 증선위는 삼화회계법인에 대해 1억여 원의 과징금과 손해배상 공동기금 25%를 추가 적립하게 했다. 특히 우리기술에서는 최대주주 등 이해관계인과의 부당 거래도 120회에 달했다. 업체 특성 따라 비리도 '제각각' 업체 특성에 따라 분식회계의 방식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애니메이션 업체인 한신코퍼레이션은 영화제작 진행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2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제작을 마친 장편 만화영화에서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작업이 진행 중인 타 영화에 배부하는 방식이다. 이 업체는 이를 통해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과대 계상했다. 특수 관계자(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분식회계로 직접 연결된 사례도 눈에 띈다. 플래닛팔이는 관계회사인 피앤씨미디어에 총 36회에 걸쳐 38억2천900만원에 대여했다. 그러나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대여 사실 자체를 숨겼다. 이밖에 제일엔테크, 삼양옵틱스 등도 수백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증선위의 철퇴를 맞았다. 위 관계자는 “회계조작은 단기적으로 가장 쉽게 기업 위기를 벗어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최대주주에 대한 금전 지급 등, 이해관계자와의 부당 거래 행위는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영진과 고위관계자들에게 거액의 금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벤처 비리의 극치로 꼽힌다. 단순히 도덕성 문제만이 아니라, 자금력이 딸리는 기업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기 때문. 대륜에서 발생한 100억 원대 부당지급 사건은 이러한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대륜은 2003년 한 해 동안 대표이사와 주요주주에게 총 39회에 걸쳐 107억여 원의 금전을 가지급했다. 더 놀라운 것은 사건 발생 직전 연도 말 자본금이 50억여 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무려 자본금의 200%가 넘는 액수를 대표이사와 주주가 가져간 것이다. 씨오텍도 대표이사의 금전 대여 행위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인 안동수 씨는 총 17회에 걸쳐 5억여 원의 회사자금을 불법으로 대여했다. 안 대표는 이 자금을 김모 씨 등 직원명의로 대여 받아 시세조종용으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씨오텍 역시 양벌규정에 의해 안 대표와 함께 수사기관에 고발됐다. 이밖에 동서정보기술은 이희봉 전 대표이사에게 9억3천9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고, 에스에프에이 역시 계열사인 큰사람컴퓨터에 4억 원을 대여했다 덜미가 잡혔다. 위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시장 활황으로 벤처 기업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지만, 건전성이나 투명성에 대해서는 더 심각한 고민을 해 봐야 한다”며 “벤처 업계가 흥망을 거치는 동안 보여준 문제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더 큰 문제는 동진에코텍의 범법 행위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금전대여 등의 불법행위로 경영진들이 줄줄이 검찰 고발된 사실이 확인됐다. 동진에코텍 전 대표이사 정성민 씨는 사채업자와 공모, 회사 법인을 연대보증 세운 혐의로 사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히 정 대표는 2004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경영권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차례에 걸쳐 사채업자를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동진에코텍 법인을 연대보증인으로, 백지 약속어음 1장을 견질용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 회사 상무이사 김옥주 씨 역시, 총 78억 원에 달하는 회사자금을 가지급금으로 사용하다 쪽박을 찼다. 김씨는 동진에코텍으로부터 횡령혐의로 고발 조치됐고, 소유 재산에 대한 보전처분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히 동진에코텍의 사례는 수년에 걸쳐 불법행위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명성이 결여된 기업은 또다시 불법적인 경영 행태를 보이기 쉽다는 원칙이 드러나는 대목. 벤처 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 발생 기업에서는 주주들의 비리 등 또 다른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게 보통”이라며 “신의를 원칙으로 하는 코스닥의 생리상 이런 기업은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고 전했다. 지난해 180억 원대에 달하는 분식회계가 발생한 우리기술의 경우도 최고 수준(?)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 우리기술은 실제로 있지도 않은 양도성 예금과 투자일임자산 182억8천400만 원을 허위 계상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특히 우리기술에서는 담당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까지 연루돼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조치를 받았다. 우리기술의 회계감사를 맡은 삼화회계법인은 문제가 된 양도성 예금에 대한 실사를 하지 않았다. 삼화회계법인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수로 보기에는 고의성이 짙다. 증선위는 삼화회계법인에 대해 1억여 원의 과징금과 손해배상 공동기금 25%를 추가 적립하게 했다. 특히 우리기술에서는 최대주주 등 이해관계인과의 부당 거래도 120회에 달했다. 업체 특성 따라 비리도 '제각각' 업체 특성에 따라 분식회계의 방식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애니메이션 업체인 한신코퍼레이션은 영화제작 진행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2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제작을 마친 장편 만화영화에서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작업이 진행 중인 타 영화에 배부하는 방식이다. 이 업체는 이를 통해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과대 계상했다. 특수 관계자(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분식회계로 직접 연결된 사례도 눈에 띈다. 플래닛팔이는 관계회사인 피앤씨미디어에 총 36회에 걸쳐 38억2천900만원에 대여했다. 그러나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대여 사실 자체를 숨겼다. 이밖에 제일엔테크, 삼양옵틱스 등도 수백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증선위의 철퇴를 맞았다. 위 관계자는 “회계조작은 단기적으로 가장 쉽게 기업 위기를 벗어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최대주주에 대한 금전 지급 등, 이해관계자와의 부당 거래 행위는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영진과 고위관계자들에게 거액의 금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벤처 비리의 극치로 꼽힌다. 단순히 도덕성 문제만이 아니라, 자금력이 딸리는 기업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기 때문. 대륜에서 발생한 100억 원대 부당지급 사건은 이러한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대륜은 2003년 한 해 동안 대표이사와 주요주주에게 총 39회에 걸쳐 107억여 원의 금전을 가지급했다. 더 놀라운 것은 사건 발생 직전 연도 말 자본금이 50억여 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무려 자본금의 200%가 넘는 액수를 대표이사와 주주가 가져간 것이다. 씨오텍도 대표이사의 금전 대여 행위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인 안동수 씨는 총 17회에 걸쳐 5억여 원의 회사자금을 불법으로 대여했다. 안 대표는 이 자금을 김모 씨 등 직원명의로 대여 받아 시세조종용으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씨오텍 역시 양벌규정에 의해 안 대표와 함께 수사기관에 고발됐다. 이밖에 동서정보기술은 이희봉 전 대표이사에게 9억3천9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고, 에스에프에이 역시 계열사인 큰사람컴퓨터에 4억 원을 대여했다 덜미가 잡혔다. 위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시장 활황으로 벤처 기업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지만, 건전성이나 투명성에 대해서는 더 심각한 고민을 해 봐야 한다”며 “벤처 업계가 흥망을 거치는 동안 보여준 문제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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