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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 사업 잠식’ 가능성 높아
장기적 성장 측면에선 ‘악영향’ 우려
장기적 성장 측면에선 ‘악영향’ 우려
최근 이동통신사들의 차세대 수익원 창출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SKT와 KTF는 1조원 이상의 투자비를 들여, 3.5세대 망으로 불리는 HSDPA(고속하향패킷)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았다.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주력 사업군으로 데이터통신 시장을 지목한 것이다.
그러나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2G(2세대) 시장에 머물고 있는 낙후된 서비스로, 타 이동업체와 차별화 아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기분존 서비스’를 앞세워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장기적 수익성에는 독이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적으로 900여개 기지국을 KTF에서 빌려 쓰고 있는 열악한 서비스 상황 역시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공격적 영업으로 주요 유·무선 통신사들의 공공의 적(?)이 돼 왔던 LG텔레콤. 이들은 고공행진 중인 기분존 서비스를 타고 비상의 시기로 접어든 것일까, 추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단기 목표 ‘달성’ 장기 전망 ‘글쎄’
현재 LG텔레콤 성장의 일등공신은 기분존 서비스다. 지난 4월 말 처음 선보여, 두 달여 만에 7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 들였다. 유선전화만큼 싼 요금에 휴대폰의 이동성까지 갖췄으니, 고객들로서는 일석이조다. LGT 역시 이 서비스 하나로 이동통신업계 최대 수준의 가입자 유치 실적을 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분존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고객 확보라는 단기적 목표에는 부합할 수 있지만, 장기적 수익에는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문제는 LGT의 기분존 서비스가 전용 단말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기분존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접속장치(알리미)를 설치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이 장치와 연동할 수 있는 전용 단말기만이 집 전화 요금 수준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 위성 DMB나 초고속 이동통신 등을 제공하는 단말기에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역으로 보면 기분존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업체에 큰 수익을 안길 수 있는 고부가 가치 상품을 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쟁 통신업체들이 음성통화에서 초고속 멀티미디어로 주 수익 구조를 옮기고 있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대목이다. 기분존 서비스가 타사 시장뿐 아니라 LGT 스스로의 상품 영역까지 잠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타사에서 이동한 신규고객뿐 아니라 DMB 서비스 등을 사용해 오던 LGT 기존 고객들도 기분존 영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서비스가 가입자 유치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지만 언젠가 스스로에게 큰 짐이 될 때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분존 서비스가 획기적 수준의 가격 경쟁력으로 고객들의 서비스 유지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 역시 수익 전망을 어둡게 한다. 기분존에 반한 가입자들이 높은 비용이 드는 첨단 서비스 상품군으로 이동하기를 꺼려하기 때문. 결국 기분존 가입자들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장기 수익성에는 해가 될 수밖에 없다.
LG텔레콤 역시 이런 지적에 대해 일정부분 공감하고 있다.
장경호 LGT 홍보부장은 “고부가 사업 영역에 대한 잠식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후발 사업자로서 고객 유치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기분존 서비스의 태생적 한계는 이뿐이 아니다. 이 서비스는 LGT의 기지국이 있는 지역에서만 제공 받을 수 있다. LGT 기지국이 있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과 달리, 지방의 경우 상당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 LGT가 KTF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기지국 수는 약 900여개. 서울·수도권을 제외하면 지방의 25% 정도가 해당한다. LGT 기지국이 전국적으로 5천개 정도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이 지역에서는 기분존 서비스는 물론 각종 데이터 통신 서비스도 제약을 받는다. 기지국의 주인인 KTF와 음성통화에 관한 부분만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방 고객 중 다수는 단순 통화만 가능할 뿐, 각종 고급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LGT는 지방의 경우 가입자가 많지 않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지국 신설로 얻는 효과보다 지출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종환 LGT 과장은 “산간 벽지 등에 기지국을 신설할 경우 많게는 1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며 “사업 효율성 측면에서 KTF 기지국을 공유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또 불필요한 자금낭비를 줄인다는 점에서 기지국과 주파수의 공유는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색하기만 한 LGT의 서비스 투자 태도를 볼 때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T와 KTF의 경우 지방을 중심으로 깔려 있는 2세대 노후 통신망에 대한 대대적 정비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서비스 개선을 위한 LGT의 투자 의지는 경쟁 사업자들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3G(3세대) 서비스에 대한 추진 상황을 보면, 이들 사업자간 투자의지 차를 엿볼 수 있다.
3G 서비스 투자의지 실종
SKT와 KTF는 최근 수 년 간 연구 끝에 3.5세대 망으로 불리는 HSDPA(고속하향패킷)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다. 투자 액수만 1조원 이상에 달하는 차세대 주력 사업군이다. 기존 WCDMA나 EVDO보다 한 단계 진화한 기술로, 획기적 수준의 초고속 데이터 통신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 이들 양사는 이미 인구 대비 약 80% 이상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LG텔레콤의 3G 서비스는 걸음마 단계다. 여전히 대부분 지역에서 2세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SKT, KTF의 ‘HSDPA’ 서비스에 대응해 연말까지 ‘EVDO 리비전 A’를 구축하겠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뒤늦게 시도된 ‘EVDO 리비전 A’가 얼마만큼 역할을 할지도 미지수일뿐더러, 투자액만 봐도 이들의 빈약한 의지를 실감할 수 있다. LGT는 이 서비스 구현에 올해 400억원을 들일 예정이다. 또 3년간 서비스 확대 등을 위해 2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액면으로만 봐도 SKT, KTF의 1/5에도 못 미치는 수준.
그러나 LGT는 겉으로 태연하다. SKT나 KTF의 3G 서비스가 콘텐츠 부족 등으로 큰 효용성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기에 바쁘다. 이종환 과장은 “중요한 것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만큼 다양한 콘텐츠로 고객을 제공하느냐”라며 “화상통화나 초고속 데이터 등의 실제 이용률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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