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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내부비리 고발’ 왕따 LG맨의 한맺힌 7년 전쟁

등록 2006-07-07 14:51수정 2006-07-09 16:22

ⓒECONOMY21 사진
ⓒECONOMY21 사진
[이코노미21] 내부비리 고발의 부메랑 ‘해고통지’
# 장면1 ‘영수증 한 장’으로 뒤바뀐 운명

정씨는 평범한 LG전자(컴퓨터 고객지원팀) 직원이었다. 고집이 세긴 했지만 동료들과의 관계도 괜찮았다. 93년, LG전자 ‘청년임원회의’(Fresh Board) 간사로 활동했을 정도다. 청년임원회의는 사원계층 중 혁신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구성됐다. 총 인원은 100여명. 정씨가 꽤 인정받는 사원이었음이 보인다.

그런 정씨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은 ‘영수증 한 장’이다. 96년 11월. 정씨는 사내컴퓨터 서버 AS를 준비하고 있었다. 때마침 본사에 부품이 떨어진 탓에 하청업체에 부품조달을 요청했다. 오후 2시경. 퀵서비스 맨으로부터 신청한 AS부품이 영수증과 함께 도착했다. AS부품의 시리얼 넘버와 가격을 확인하던 정씨는 깜짝 놀랐다.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부품가격 때문이었다. 영수증에 적시된 부품가는 2천800만원. 실제 가격이 5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배 이상 부풀려진 셈이다. 본사와 하청업체 사이에 검은 커넥션이 형성돼 있음을 감지한 정씨는 내부고발을 단행했다.

LG전자 감사팀은 그해 11월~12월 한 달 간 강도 높은 감사를 펼쳤다. 감사팀은 다음과 같은 결과 보고를 한다.

▲무상부품교환 대상품목 중 하청업체에 부당하게 고가 발주 ▲자매사, 그룹 계열사 사업장 출입금 및 거래 개설 금지 ▲전 부품 구매담당자가 일부 남품업체로부터 금품 받은 사실 포착.(LG전자 내부자료)

정씨의 내부고발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정씨는 “뿌듯한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내부고발 이후 정씨의 회사생활은 꼬이기 시작했다. 승진 대상자였던 정씨는 연거푸 승진에서 떨어졌다.(98년·99년) 낮은 인사고과 때문이었다. 정씨의 인사고과 점수는 각각 49점(98년), 58점(99년). 정씨는 “승진 대상자에게 50점도 안 되는 점수를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발끈했다. 이어 “내부 고발의 보복성 조치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반면 LG전자는 시종일관 “합리적인 진급 누락일 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현재로선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정씨가 내부 고발 이후 직장상사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음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수없이 많을 뿐이다.


# 장면2 직장상사의 ‘충격적인’ 이메일

진급에서 누락된 정씨는 직장상사로부터 퇴직원 제출을 강요받았다. 구조조정 대상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거절했다. “납득할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이후 온갖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무엇보다 PC·전자메일 ID·개인사물함 등이 모두 회수됐다. 업무가 없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근무 자리도 창가에 홀로 배치됐다.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였다.

수차례에 걸쳐 폭행도 당했다.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LG전자 공식적으로는 대기발령을 내린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정씨에게 일을 줬지만 스스로 일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맞받아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해답은 99년 5월20일 3시간의 터울을 두고 정씨와 LG전자 홍○○ 실장(당시 직함) 사이에 오고간 전자우편에 담겨있다. 사실상 ‘나홀로’ 근무를 하던 정씨는 상사 홍 실장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렇게 오래 있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국가 대표기업임을 자처하는 LG전자는 실장님의 회사도 저희 회사도 아닙니다. 그 어려운 시기에 많은 녹을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스스로 무엇을 찾아 특화를 해낼 수 있는 신지식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분명 제가 할 수 있는 업무를 주십시오.” 정확하게 3시간 뒤 돌아온 홍 실장의 답변은 정씨에게 업무가 주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징계를 받고 있는 중이지 공부나 하고 희희낙락하라고 하는 일이 아님을 분명 인지해야 하고 … 당신은 조직을 기만하고 조직을 우롱하고 마치 떡 주무르듯이 수많은 선배들을 매도했고, 그들의 입지를 생각이나 했었는지 과연 당신 같은 사람이 책임자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생각이 되는지. 3월23일 이후 지금까지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내는 밥벌레 이상으로 생각조차 하기 싫으니 이 점을 주지하시오. … 나는 절대로 당신과 같이 근무하기 싫은 것도 알고 계시오.”

이에 따르면 “업무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정씨의 주장이 진실이다. 또 정씨가 내부 고발 이후 윗선으로부터 상당한 원망을 받았다는 사실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정씨에 대한 불만은 ‘왕따메일’을 통해 구체화됐다.

# 장면 3 왕따메일 사건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운명의 99년 5월27일. 정씨가 소속된 LG전자 컴퓨터사업부 전 사원에게 메일 한통이 돌았다. 발신인은 김○○ 대리(당시 직함). 수신인은 정씨를 제외한 컴퓨터 사업부 소속 50명이었다. “〔필독〕업무전달!!!”이라는 문구로 시작된 왕따메일의 골자는 대략 네 가지. ▲정씨의 ID 회수 및 다모아(직원이 공유하는 메일) ID 공지 금지 ▲정씨 PC 사용금지 당부 및 (적발 시 해당 PC소유자) 책임추궁 ▲다모아 메일 발신 시 정씨 수신인 대상에서 제외 ▲회사 비품 정씨에게 빌려주는 행위 금지 등. 정씨는 내부직원을 통해 왕따메일의 존재 여부를 눈치 챘다. 정씨는 왕따메일 발신자 김 대리를 찾아가 따졌다. 법원에 제출돼 있는 당시 대화 내용의 전문을 보자. 이 대화 내용은 99년 6월14일 강남구 삼성동 소재 원방빌딩 6층 계단에서 녹취된 것이다.

정국정(이하 정) “지난 5월 말에 보낸 것 있잖아” 김 대리(이하 김): 5월 말에? 정: 응. 정국정 하면서 전 직원들한테 보낸 메일 보낸 것 있잖아. 그거 김 대리가 보낸 거야 “김: 아! 그 메일?” 정: 응 김: 그거 내가 보냈다고 생각해? 정: 그럼 누가 보낸 거야? 김: 잘 알면서 왜 그래? 정: 홍 부장이 보내라고 한 거야? 김: 그건 내가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전달해 주는 데로. 내가 무슨 사견으로 그걸.

‘왕따메일 사건’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LG전자는 버젓이 존재한 왕따메일이 정씨에 의해 조작됐다는 취지로 정씨를 고소했다. 혐의는 ‘사문서 위변조’ 등. 2000년 7월 접수된 LG전자의 고소장의 일부 내용이다. ‘99년 5월27일 김 대리는 정씨가 전자우편ID를 회수당한 후 다른 직원들의 ID를 몰래 도용할 가능성이 농후해 모든 직원들에게 ID관리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그런데 정씨는 어떤 경로로 김 대리의 이메일을 입수한 후 그 내용을 조작했다.’ LG전자는 보다 구체적으로 정씨의 혐의를 적시하고 있다. ‘김 대리가 보낸 이메일에는 없는 <아래 내용은 컴퓨터고객지원실 홍 실장께서 메모에 적어준 대로 적었기 때문에 토씨 하나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 <만약 정 대리가 PC를 사용하는 상황이 발견될 시 PC를 관리하는 담당직원과 주변에 있는 직원은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 <기타 회사비품을 정 대리에게 빌려주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등의 내용을 새로이 기재했다.’

LG전자의 주장은 거짓이다. 김 대리가 보낸 원본메일에는 분명 <만약 정 대리가 PC를 사용하는 상황이 발견될 시 PC를 관리하는 담당직원과 주변에 있는 직원은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 <기타 회사비품을 정 대리에게 빌려주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해주길 바랍니다>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아래 내용은 홍 실장께서 메모에 적어준 대로 적었기 때문에 토씨 하나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는 내용은 정씨가 김 대리의 주장에 근거 첨부한 것이다.

정씨는 이렇게 항변한다. “김 대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일내용에 손상이 되지 않는 선에서 그 같은 말을 첨부한 까닭이다.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김 대리와의 대화를 통해 확인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LG전자가 고소한 사건의 결과가 궁금하다. 정씨는 검찰에 의해 기소됐지만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반면 LG전자는 ‘상처’를 입었다. 김 대리가 ‘위증혐의’로 법정실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대리는 법정에 출두해 ‘왕따메일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애초 검찰은 김 대리의 주장을 수용했다. 이는 정씨 기소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항고청에서 김 대리의 주장은 완전 뒤집힌다. 서울고검 정진섭 검사(당시·현 경희대학교 교수)는 “김 대리가 위증을 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며 ‘모해위증죄’로 직권 기소했다. 이후 김 대리는 실형 6개월을 확정 받았다.

여기엔 한 가지 알려지지 않은 판결 내용이 숨어 있다. 정 검사는 당시 김 대리를 직권기소하면서 ‘왕따메일’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러면서 ‘왕따메일’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명령’을 내린다. 정 검사의 당시 주장을 보자. “왕따메일 사건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민적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할 대기업에서 경찰, 검찰의 수사과정 및 재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그릇된 증거자료와 증인신청 등으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만든 사건인 만큼, 김 대리에 대한 혐의 유무를 판단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 차원에서 사건의 진상은폐 의혹 또는 그 밖의 범법행위는 없었는지 치밀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LG전자 회사 임직원의 소환조사도 함께 명(命)하고 있다.

“LG전자 회사측에 유리한 내용의 법정 증언을 한 LG전자 임직원의 경우 그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되므로 각 소환해 증언 항목별로 위증 여부를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 … 고소명의자 본인인 대표이사 구자홍을 상대로 LG전자 자체 조사 과정에서 위 전자메일의 존재를 언제 확인했는지, 위조가 아님을 알게 됐음에도 고소를 제기했다면 무고혐의는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왕따메일 사건이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장면4 구자홍 전 대표와의 악연 시작

정씨와 구자홍 전 대표(현 LS그룹 회장)와의 악연(惡緣)이 시작된 시점은 ‘왕따메일’이 회신된 직후다. 정씨는 ‘왕따메일’로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자 구 대표를 직접 찾아갔다. 정씨의 기억은 또렷하다. “구 전 대표를 만난 장소는 신라호텔이다. 날짜와 시간은 99년 7월29일 오후 8시경이다.”

정씨는 구 전 대표에게 LG전자 내부비리 고발 사실, 퇴직 종용을 받고 있다는 사실, 왕따메일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해 15분간 호소했다. 구 전 대표는 “해결해 줄 테니 기다려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대표는 실제 정씨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 꼼꼼하게 체크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LG인사기획팀에서 왕따메일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구 전 대표의 영(令)이 떨어졌음이 읽힌다.

8월 중순, LG전자 인사기획팀은 정씨의 탄원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구 전 대표에게 올렸다. A4 한 장 분량의 ‘컴퓨터 고객실 정국정 탄원서 관련 경과보고’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엔 제1항 경과내용부터 제4항 향후계획에 걸쳐, 왕따메일 관련 내용이 상세하게 요약돼 있다. 구 전 대표는 이 보고서에 “MM(멀티미디어) 사업본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처리하고 필요시 CU장과 협의합시다”라고 자필로 기술했다. 여기서 CU장은 구 전 대표를 뜻한다. 이는 구 전 대표가 왕따메일의 실체에 대해 상당부분 인지했다는 반증이다.

LG전자 내부감사 결과 ‘왕따메일’에 연루된 일부 관계자들은 처벌을 받았다. 왕따메일의 실체 역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씨를 둘러싼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정씨에겐 이후 ‘복무관리지침’이 하달됐다. 이 복무관리지침엔 출근시간(08:30), 휴식시간(오전 10:30-10:40 오후 15:30-15:40), 중식시간(12:00-13:00), 퇴근시간(17:30), 근무장소(컴퓨터고객지원실 기술지원팀)이 상세하게 명시돼 있다. 심지어 ‘상기 근무시간 내 자리이석 시 반드시 조직책임자에게 선보고 후 이석을 바란다’는 내용까지 적시돼 있다. 급기야 이듬해인 2002년 2월, 정씨는 LG전자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았다. 일방적 통보였다. 정씨와 LG전자 및 구 전 대표와의 ‘7년 전쟁’은 바로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정국정 VS 구자홍 ‘7년 전쟁’ 2 끊이지 않는 법정다툼

검찰 소환조사 없이 번번이 무혐의
검찰 구자홍 수차례 소환 검토... 검찰 관계자 “소환치 않은 이유 따로 있다.”

‘직장 왕따’ 정국정씨와 LG전자 및 구자홍 전 대표와의 법정싸움이 시작된 것은 2000년 7월 경. 싸움은 LG전자가 먼저 걸었다. 정씨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했던 것. 쟁점은 역시 ‘왕따메일’의 실체 여부였다. “왕따메일을 정씨가 위조했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당시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씨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이때부터 정씨도 반격을 시작했다. “왕따메일은 정씨가 위조했다”고 법정 진술한 ‘왕따메일’ 발신자 김○○ 대리를 ‘모해위증죄’로 고소한 것. 2003년 9월26일의 일이다.

고검 재기수사명령 지검 번번이 묵살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청 오자성 검사는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정씨의 선택은 당연히 항고. 그런데 서울고검에선 뜻밖의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검 정진섭 검사는 “김 대리가 위증을 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며 모해위증죄로 직권 기소했다.

이와 함께 ‘왕따메일’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바로 이것이 1차 재기수사명령이다. 정 검사는 당시 “왕따메일 사건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민적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할 대기업에서 경찰, 검찰의 수사과정 및 재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그릇된 증거자료와 증인신청 등으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만든 사건인 만큼, 기업 전체 차원에서 사건의 진상은폐 의혹 또는 그 밖의 범법행위는 없었는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왕따메일 원본 및 Log 기록의 존재 규명 ▲LG전자 임직원 소환조사 ▲LG 시스템의 서버 컴퓨터 압수수색 실시 등을 명(命)했다. 한마디로 왕따메일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셈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석연찮은 검찰수사가 잇따른다. 1차 재기수사 명령은 서울 남부지검에 내려갔다. 그러나 남부지검은 LG전자 임직원의 소환 여부는 고사하고 아예 배당조차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종결처분’했다. 1차 재기수사 명령은 이처럼 허무하게 끝났다.

하지만 정씨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구 전 대표를 무고혐의로 고소했다. 근거는 정 검사의 1차 재기수사 명령. 정 검사의 주장을 보자. “구 전 대표 등을 상대로 LG전자 자체 조사과정에서 왕따메일의 존재를 언제 확인했는지 위조가 아님을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를 제기했다면 무고혐의는 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구 전 대표의 무고 건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도 구 전 대표의 소환절차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서울고검 함귀용 검사는 1차 재기수사 명령과 같은 취지로 또 다시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다. 2차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진 셈이다.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간 곳은 서울 남부지검. 사건을 배당받은 김관정 검사는 또 다시 구 전 대표의 소환조사 없이 무혐의 처분했다.

LG전자 측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구 전 대표의 법률대리인 최동규 변호사는 “구 전 대표가 일개 사원의 고소사건에 대해 인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LG전자 법무팀장 권오준 변호사도 이렇게 변론했다. “LG전자 내 대표이사 인감은 현재 257개가 사용되고 있는 등 대표이사 인감의 구체적인 사용내역에 대해 구 전 대표가 모든 사항을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관 정찬훈 계장의 말은 다르다. 정 계장은 “당시 수사에서 고소인은 구 전 대표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작성한 수사보고서에도 “원기록에 의하면 고소인은 구자홍으로 판단된다”고 적시돼 있다.

그렇다면 구 전 대표를 왜 소환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정 주사보는 입을 꽉 다물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내부사정에 대해선 알려 하지 마라.” 정씨의 생생한 기억도 당시 검찰의 상황을 잘 말해준다. “당시 김관정 검사는 ‘LG전자에 구 전 대표의 출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나한테 웃고 살라고 했다. 꽃놀이패를 쥐고 있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했다. 그러나 소환조사는 역시 없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정국정 vs 구자홍 법정다툼

정씨는 지난해 4월2일 구 전 대표 외 2인에 대해 무고교사,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결과는 불기소 처분. 하지만 항고청인 서울고검은 또 다시 다른 결론을 내렸다. 서울고검 이만희 검사는 무고교사, 위증교사 혐의가 짙다고 판단, LG전자 전 임직원들을 소환조사했다. 구 전 대표에게도 소환을 통보했다. 당시 정씨와 검찰 계장의 통화 내용을 살펴보자.

정국정(이하 정): 구 전 대표를 소환해 대질해야 되지 않나.

수사계장: 전화했는데 구 전 대표가 불응하고 있다.

정: 소환장 보내고 그래도 불응하면 기소중지하면 되는 것 아닌가.

수사계장: 전화를 안 받으면 그렇게 하지만…. 전화를 받으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결국 서울고검 역시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총 세 번째 재기수사 명령이 하달된 셈이다. 취지는 역시 1차 재기수사 명령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또 다시 구 전 대표의 소환조사 없이 ‘무혐의’ 종결 처분했다.

검찰 “구 전 대표 소환 불응했다”

이처럼 서울고검은 3차례의 재기수사 명령을 통해 구 회장의 소환이 불가피하다고 지휘했다. 하지만 지검은 단 한 차례도 구 회장의 소환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재벌총수의 무고 혐의에 대해 검찰이 소환절차도 밟지 않고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무혐의 처분하는 것은 ‘재벌 봐주기 수사’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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