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이지노
<이코노미21> 하태준 선릉탑 비뇨기과 원장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증상을 알고 치료하는 것이 남성을 일으켜 세우는 첫걸음이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현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성인 남성들의 주관심사는 남성의 힘이다. 특히 40대가 넘어선 중년 남성들의 최대 관심사는 건강이며 건강의 척도는 정력이다. 이 나이 또래 남자들의 수다는 대부분 ‘그 일’과 ‘그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경험과 철학으로 밤늦은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남자는 짚단 하나 들 힘만 있어도 밤일 생각이 난다’는 옛말은 그야 말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아내가 몸에 좋다는 음식을 해줄 때도 덜컥 겁부터 나는 것이 현대 남성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북한에서 귀순한 한의사에 의하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력을 위해 해구신은 물론, 암컷 3천 마리를 거느린다는 수컷 쥐의 생식기를 술로 담가 먹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영양탕, 자라, 장어에 수컷 쥐까지 정력 강장제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니, 정력에 대한 고민은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는 듯하다.
20∼30대 남성의 발기 장애 현상은 일시적이거나 심리적인 원인이 대부분이지만, 40∼50대의 발기부전은 기질성 발기부전인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몸의 한 부분에 질환이 있을 때, 발기 기능도 순조롭지 못한 것이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생활습관병은 발기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발기에 문제가 생겼다며 조심스럽게 털어놓는 남성에게 발기 기능 검사를 하다가 숨은 질환을 찾은 사례가 흔하다.
그러므로 발기 장애가 왔을 때는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나타난 시기나 수면 중, 새벽 발기가 잘 되는지, 마지막으로 성관계가 가능했던 시기 등등 민감한 사항까지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확실히 알려주고,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으로서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기초혈액검사, 생화학검사, 요검사를 한다.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측정하여 생활 습관병이 있는지 확인하고, 간 기능과 남성 호르몬 수치까지 측정한다. 또 본격적인 특수검사로 야간 발기가 잘 되는지 알아보는 리지스캔 검사, 에로영화를 보여주면서 성적반응을 확인하는 시청각 자극 검사, 약물 인공 발기 검사가 있고 혈관성 발기부전이 의심되는 경우 도플러 검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40대 이후에는 질환으로 인한 발기 장애가 많고, 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이때는 보양식이나 민간요법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본인의 질환을 치료하면서 남성 기능도 회복시키는 치료가 필요하다.
당장 약물을 처방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만 관심을 가지며, 검사 받기를 꺼려하는 남성들도 있다. 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면 제아무리 비싼 약도 제값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이들은 즉각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면 애꿎은 치료제만 탓하며, 치료 의지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경구용 약물을 심혈관계 질환 약물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남성들도 많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증상을 알고 치료를 하는 것이 남성을 일으켜 세우는 첫걸음이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현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이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의 쑥스러움과 민망함 때문에 부부관계를 방치해둘 필요는 없다. 전문적인 치료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한두 번의 실패로 건강한 성생활을 포기하지 말고, 풍요로운 삶을 즐기자.
하태준 선릉탑 비뇨기과 원장 www.topclinic.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