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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프랑스 SG그룹, 사기영업도 세계적 수준

등록 2006-08-11 16:34

금융감독원 / 이코노미21
금융감독원 / 이코노미21
3년간 국내서 불법채권 매매…감독 당국, 뒷북 제재만 ‘요란’
글로벌 금융그룹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유럽의 금융기관 중 손가락 안에 꼽히는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 SG) 그룹이 국내에서 수년 동안 사기 영업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금융감독기관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 말에야 발견, 뒤늦게 기관 경고 등의 조치를 취했다. 관련자 대부분은 퇴직했고, 수조원의 거래대금이 외국 소재 그룹 계열사들로 넘어간 뒤였다. 특히 SG그룹의 사기행각 대상에 한국산업은행 등 국가 소유 기관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속았다?

본지가 입수한 금융감독원 내부문건에 따르면, 소시에테 제네랄 그룹(이하 SG그룹)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여에 걸쳐 국내 기관 및 거주자를 대상으로 불법 채권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룹 내 채권영업부문(DEFI, Debt Finance) 계열사인 SG파리와 아시아지역본부 SG아시아가 국내에서 외화표시 채권을 거래하기 위해 갖은 편법을 동원한 것. 이들은 국내에 지점 설치 허가를 받지 않아, 원칙적으로 국내 거주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SG그룹은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기발한 수법을 고안해 냈다. 국내에 합법적으로 진출해 있는 SG증권 서울지점을 근거지로 삼고, 이들로 하여금 채권영업을 지원하도록 한 것. 이를 위해 SG증권 서울지점에 외화표시 채권 영업을 담당할 직원을 형식적으로 고용하게 했다. 물론 이 직원의 고용비용은 SG파리와 SG아시아가 전액 부담했다.

SG그룹은 이런 수법으로 3년 동안 국내외 기업이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을 총 108회에 걸쳐 국내 기관 등에 매매했다. SG아시아가 80회, SG파리가 28회에 걸쳐 자기 계산으로 부당 채권영업을 벌여온 것이다. 거래대금만 1조3천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들의 거래 기관에는 한국산업은행 등 국가 소유 금융사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G증권 서울지점이 SG그룹으로부터 불법영업의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은 2001년.

당시 SG증권 서울지점은 위탁매매업 만을 허가받아 국내에서 제한적인 영업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SG증권 서울지점은 그룹의 요구에 따라 2001년 6월 외화채권영업을 담당할 직원 양모씨와 고양계약을 체결하고, 이사 자리에 앉혔다. SG증권 서울지점은 이후 양 이사의 직원 신분 유지와 급여 지급을 위한 행정업무를 수행하며, SG파리와 S아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SG증권은 양 이사에게 2001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급여 등을 선지급하고, 이후 SG파리와 SG아시아로부터 금액을 전액 보전 받았다. 선지급금에 대한 재무상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미수금 계정으로 처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금융감독원은 이들의 불법 채권 영업 사실을 3년여가 흐른 지난해에야 파악하고, 뒤늦게 기관경고와 임직원 제재 등의 조치를 취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SG증권 전 지점장 4명(임원급)에게 주의적 경고 등의 강도 높은 제재를 가했다. 외화표시 채권을 팔아 온 양모 이사에게는 견책 상당의 조치를 취했다.

프랑스 SG그룹 / 임영무 기자
프랑스 SG그룹 / 임영무 기자

문제는 제재를 받은 4명의 임원들이 모두 금감원의 조치가 취해진 지난해 12월 전에 이미 전원 퇴직했다는 점이다. 금감원의 뒤늦은 고강도 제재가 별 효과도 없이 뒷북만 요란하게 울린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사건 자체에 대한 명확한 설명보다 감독업무의 어려움을 토로하기에 바쁘다. 개별 금융기관의 수검 결과 발표는 금감원의 자율적 판단에 따를 사항이라며 사실 확인 자체에도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 증권검사국 관계자는 “국내외 증권사를 막론하고, 개별증권사의 구체적인 사안들을 모두 관리 감독하기에 여력이 부족하다”며 “특히 IMF 이후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 구조조정 업체에 매달리고 있던 상황이라, 기관들의 소소한 일들까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수검 결과를 외부에 알릴지 여부는 관련 법 상에 감독기관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돼 있다”며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나 기관 간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라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 수위 은행이 이래서야

한편 소시에테 제네럴 그룹은 국내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외국 금융사 중 하나다. SG은행과 SG증권 서울지점이 공식적으로 진출해 영업을 벌이고 있다. 또 국내외 10여개 기업들의 합작투자회사인 한불종합금융회사의 지분 41.4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10월에는 기업은행과 손잡고 기은SG자산운용을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SG증권 서울지점은 종합증권사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기로 하는 등, 최근 국내 시장 공략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SG증권은 지난 77년 한불종금을 통해 국내시장에 진출한 이래 94년 서울 연락사무소 개설할 만큼 한국과 오랜 인연을 쌓아 왔다. 또 98년 지점 설립 인가를 마치고, 2000년에는 증권거래소 정회원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해 왔다.

소시에테 제네럴 그룹은 프랑스 4대 은행 중 하나로, 유럽 안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금융그룹이다. 특히 소매금융 분야에서는 프랑스 은행 중 1위를 달리고 있고, 기업 및 투자 금융 부문에서도 유럽 3대 은행에 속한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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