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길거리 모집, 즉석 발급 등 무차별 마케팅이 고개를 들고 있다. / 한겨레 이혜정 기자
은행계 VS 전업계 한판… 길거리 영업에 무차별 호객행위 확산
신용카드업계에 무한경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카드업계의 양대축인 은행계와 전업계는 자신들의 강점을 활용한 각종 우대 서비스로 무장하고 회원 늘리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길거리 영업, 즉석 가입 등 무차별 호객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일단 카드부터 발송하고 보자는 신종 ‘그물망’ 마케팅 전법까지 등장했다. 무이자 할부, 적립·할인 서비스는 과당경쟁을 넘어 출혈영업에 대한 우려까지 자아낸다. 2002~2003년 카드대란과 전개 양상이 비슷하다는 염려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자제를 권고하는 감독기관의 잇따른 조치에도 카드사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이미 이들의 경쟁이 단순한 실적 향상을 넘어, 생존을 위한 다툼으로 비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연 숨 막히게 전개되는 신용카드사들의 무한경쟁은 공멸의 전초전일까. 카드 산업 부활의 신호탄일까.
신종 그물망 마케팅 등장
카드업은 은행계와 전업계로 양분화돼 있다. 국민, 신한, 우리 등 대형 은행을 등에 업은 은행계 카드사와 LG, 삼성, 롯데 등 재벌 계열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은행계 카드사의 무기는 막강한 자금 동원력. 풍부한 은행 자본을 이용해 전업사보다 2~3% 낮은 금리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수수료, 금리 할인 같은 각종 금융혜택을 앞세워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 수백 개에서 1천여 개에 달하는 은행 지점망을 이용한 영업은 전업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강점이다. 이들은 은행 방문고객을 대상으로 손쉽게 가입을 권유, 그동안 회원 수와 점유율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전업계 카드사들 역시 이에 뒤질세라 모기업 계열사들을 활용한 연계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객들의 출입이 빈번한 백화점, 대형마트, 놀이공원 등을 보유한 대기업을 활용, 각종 제휴 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 이들은 이러한 편의·유흥시설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 양분화 현상도 갈수록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 은행, 전업사 할 것 없이 서로의 서비스 영역을 넘나들며, 서비스 장벽을 붕괴하고 있다. 똑똑해진 고객들을 유치하려면 ‘주는 것도 많아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가맹점과 연계한 다양한 할인·적립 제도를 확산하고 있고, 전업사 역시 연회비 면제, 금리 할인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은행계 전업계 할 것 없이 카드업계 전체가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일각에서 카드사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제 살 깎아 먹기 식’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수익성 건전성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출혈로 치닫고 있는 과당경쟁은 장기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면서 “차별화된 다양한 종류의 신용카드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당경쟁은 카드사의 건전성 문제뿐 아니라 고객들의 피해와도 직결된다는 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무분별한 카드발급으로 ‘대란’이라 불릴 만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수년 전을 상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신용카드사 영업목표의 핵심은 회원 수 확대다. 2002년 카드대란 이후, 3년여 동안 부실회원 털어내기에 주력했던 카드사들이 또다시 공격적 영업에 나선 것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신종 카드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고, 길거리 모집과 즉석 발급 등 무차별 호객행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일부 카드사에서는 다수의 고객에게 가입 의사와 상관없이 신용카드를 선발송하는 그물망식 마케팅 전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롯데카드는 우편으로 신용카드를 보낸 후, 유선으로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의 신종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정보를 활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신용카드 가입을 종용하고 있다. 가입을 거부할 경우 서비스가 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객들로서는 몇 번씩 걸려오는 권유 전화가 탐탁치 않다. 또 이미 발송된 카드는 회수할 길도 없어, 회사 입장에서도 사실상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을 접한 최모씨는 “신청하지도 않은 카드가 와서 혹시나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꼼꼼히 동봉된 자료를 훑어봤다”면서 “첨엔 ‘저렇게 돈이 남아도나’ 하며 빈정거렸지만, 이런 식으로 영업하면 참 잘 되겠구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꼬집었다. 즉석 발급과 길거리 모집 등 무분별한 회원 유치 경쟁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백화점 내에서 신용카드를 즉석 발급한 롯데카드와 현대카드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감독당국은 카드 분실이나 갱신 등의 경우에 한해서만 즉석 발급을 허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들이 지도사항을 어기고 신규회원에게 카드를 즉석 발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향후 심사 등 적정성에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카드대란의 최대 원인이었던 길거리 모집의 경우, 대부분의 전업사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놀이공원이나 휴양지 등에서는 간이 부스를 이용해 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대부분 편의시설 할인혜택이나 무료이용 쿠폰 등을 제공한다며, 신규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길거리 영업은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다. 전업카드사 “억울하다” 그러면 이러한 편법 행위가 또다시 판을 치고 있는 원인을 무엇일까. 이 같은 영업 행태의 대부분이 전업계 카드사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한 거점 마련이 어려운 전업계 카드사들이 불가피(?)하게 무리한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은행계 카드사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고객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전업사의 경우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회원 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카드업계 태동부터 주류를 이뤄온 전업카드사의 점유율이 갈수록 은행계에 밀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업카드사 한 관계자는 “은행계들은 몰려오는 고객들에게 광범위한 마케팅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전화마케팅이나 제한적인 고정부스 이용이 전부”라며 “과거 카드대란의 여파도 진정된 만큼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길거리) 영업 규제를 전향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도한 서비스 경쟁에 따른 출혈 우려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한다. 부채에 허덕이던 예전의 카드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집계한 6개 전업카드사의 올 상반기 실적은 1조원을 넘어섰다. 2003년 7조7천억, 2004년 1조3천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우려하던 연체율도 지난해 말에 비해 2% 이상 줄어들었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위 관계자는 “시장이 다소 과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마케팅 전략은 카드사 나름대로 다양한 경우에 대비해 적절하게 수립하고 있다”며 “업체들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철저한 분석과 심사과정을 선행하고 있는 만큼,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은행계 카드사의 무기는 막강한 자금 동원력. 풍부한 은행 자본을 이용해 전업사보다 2~3% 낮은 금리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수수료, 금리 할인 같은 각종 금융혜택을 앞세워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 수백 개에서 1천여 개에 달하는 은행 지점망을 이용한 영업은 전업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강점이다. 이들은 은행 방문고객을 대상으로 손쉽게 가입을 권유, 그동안 회원 수와 점유율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전업계 카드사들 역시 이에 뒤질세라 모기업 계열사들을 활용한 연계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객들의 출입이 빈번한 백화점, 대형마트, 놀이공원 등을 보유한 대기업을 활용, 각종 제휴 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 이들은 이러한 편의·유흥시설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 양분화 현상도 갈수록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 은행, 전업사 할 것 없이 서로의 서비스 영역을 넘나들며, 서비스 장벽을 붕괴하고 있다. 똑똑해진 고객들을 유치하려면 ‘주는 것도 많아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가맹점과 연계한 다양한 할인·적립 제도를 확산하고 있고, 전업사 역시 연회비 면제, 금리 할인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은행계 전업계 할 것 없이 카드업계 전체가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일각에서 카드사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제 살 깎아 먹기 식’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수익성 건전성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출혈로 치닫고 있는 과당경쟁은 장기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면서 “차별화된 다양한 종류의 신용카드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당경쟁은 카드사의 건전성 문제뿐 아니라 고객들의 피해와도 직결된다는 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무분별한 카드발급으로 ‘대란’이라 불릴 만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수년 전을 상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신용카드사 영업목표의 핵심은 회원 수 확대다. 2002년 카드대란 이후, 3년여 동안 부실회원 털어내기에 주력했던 카드사들이 또다시 공격적 영업에 나선 것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신종 카드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고, 길거리 모집과 즉석 발급 등 무차별 호객행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일부 카드사에서는 다수의 고객에게 가입 의사와 상관없이 신용카드를 선발송하는 그물망식 마케팅 전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롯데카드는 우편으로 신용카드를 보낸 후, 유선으로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의 신종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정보를 활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신용카드 가입을 종용하고 있다. 가입을 거부할 경우 서비스가 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객들로서는 몇 번씩 걸려오는 권유 전화가 탐탁치 않다. 또 이미 발송된 카드는 회수할 길도 없어, 회사 입장에서도 사실상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을 접한 최모씨는 “신청하지도 않은 카드가 와서 혹시나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꼼꼼히 동봉된 자료를 훑어봤다”면서 “첨엔 ‘저렇게 돈이 남아도나’ 하며 빈정거렸지만, 이런 식으로 영업하면 참 잘 되겠구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꼬집었다. 즉석 발급과 길거리 모집 등 무분별한 회원 유치 경쟁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백화점 내에서 신용카드를 즉석 발급한 롯데카드와 현대카드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감독당국은 카드 분실이나 갱신 등의 경우에 한해서만 즉석 발급을 허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들이 지도사항을 어기고 신규회원에게 카드를 즉석 발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향후 심사 등 적정성에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카드대란의 최대 원인이었던 길거리 모집의 경우, 대부분의 전업사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놀이공원이나 휴양지 등에서는 간이 부스를 이용해 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대부분 편의시설 할인혜택이나 무료이용 쿠폰 등을 제공한다며, 신규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길거리 영업은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다. 전업카드사 “억울하다” 그러면 이러한 편법 행위가 또다시 판을 치고 있는 원인을 무엇일까. 이 같은 영업 행태의 대부분이 전업계 카드사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한 거점 마련이 어려운 전업계 카드사들이 불가피(?)하게 무리한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은행계 카드사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고객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전업사의 경우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회원 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카드업계 태동부터 주류를 이뤄온 전업카드사의 점유율이 갈수록 은행계에 밀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업카드사 한 관계자는 “은행계들은 몰려오는 고객들에게 광범위한 마케팅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전화마케팅이나 제한적인 고정부스 이용이 전부”라며 “과거 카드대란의 여파도 진정된 만큼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길거리) 영업 규제를 전향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도한 서비스 경쟁에 따른 출혈 우려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한다. 부채에 허덕이던 예전의 카드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집계한 6개 전업카드사의 올 상반기 실적은 1조원을 넘어섰다. 2003년 7조7천억, 2004년 1조3천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우려하던 연체율도 지난해 말에 비해 2% 이상 줄어들었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위 관계자는 “시장이 다소 과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마케팅 전략은 카드사 나름대로 다양한 경우에 대비해 적절하게 수립하고 있다”며 “업체들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철저한 분석과 심사과정을 선행하고 있는 만큼,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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