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재정 역할, 통합재정수지, 경기회복 모멘텀, 협업예산 제도, 중장기 재정여건….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 씀씀이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인터넷 여론 조사에 포함된 문구들이다. 처음으로 예산 편성과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설문 조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 중인데 내용이 전문 용어 투성이인데다 정부 사업 칭찬으로 일관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3일
국민참여예산 누리집에서 진행 중인
‘2022 재정정책 방향 설문조사’를 보면, 설문 문항 용어가 어려워 일반 시민이 손쉽게 응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예를 들면 ‘최근 경기회복세, 경제사회 여건변화 등을 고려할 때 2022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어느 수준이 적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며 물으며, 2017년 이후 총지출 증가율 추이와 통합재정수치 추이를 함께 보여주는 식이다. 하지만 총지출 증가율이 올해 본예산이 558조원으로 전년보다 8.9%가 오른 것을 뜻하거나, 통합재정수지가 관리재정수지와 달리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모두 포괄해 재정수입에서 재정지출을 차감한 것이라는 이해가 없으면 이같은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더욱이 질문도 정부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부문만을 부각해 객관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면 ‘정부는 그간 고용유지, 실업자 생활안정, 재정일자리 창출 위주로 고용안정 대책을 지속 마련·추진해왔으며 고용 회복 모멘텀 확보를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포용국가 기반 강화를 위해 기초생활보장 강화, 아동수당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어르신·아동·장애인 돌봄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위기에 맞서 경기 회복, 피해계층 지원 등 적극적 재정운용을 통해 주요국 대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등이다. 정부가 홍보를 위해 사업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의견을 듣기 위한 설문에서 이런 식의 문항은 부적합하다. 또 ‘어떤 재정준칙의 기준·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도 있는데, 이는 기재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도입 자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사실은 소개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민간 여론조사기관의 한 전문가는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응답하기 어렵고, 질문이 중립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처음으로 실시한 설문인데,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설문 결과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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