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앱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계약서에 노출 순서 같은 주요사항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계약서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컴퍼니 모두 숙박업소의 광고상품 구매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컴퍼니는 숙박업소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플랫폼 ‘야놀자’와 ‘여기어때’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먼저 할인쿠폰의 정확한 규모를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할인쿠폰은 숙박업소가 광고상품 구매에 대한 대가로 받는 서비스 중 하나다. 플랫폼 업체는 각 숙박업소가 지출한 광고비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규모의 할인쿠폰을 소비자에게 지급한다. 소비자가 정상가격 10만원 중 할인쿠폰을 제한 9만원만 내고 숙박업소를 이용해도, 나머지 1만원을 플랫폼 업체가 메꿔주는 식이다.
그럼에도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광고비 중 정확히 얼마만큼을 할인쿠폰으로 돌려주는지 계약서에 적지 않았다. 야놀자는 계약서에 ‘광고비의 10∼25%’라고만 기재했으며, 여기어때는 계약서에 아예 관련 내용을 쓰지 않았다. 광고상품 설명서에만 쿠폰 지급 범위를 ‘광고비의 10∼24%’라고 명시했을 뿐이다.
광고상품 구매가 노출 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계약서에서 찾기 어려웠다. 야놀자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광고상품을 이용하는 숙박업체 간에 노출 순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여기어때는 아예 광고상품 관련 노출 기준에 대해서 아무런 내용도 계약서에 적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들 플랫폼 업체의 자율적인 개선을 권고할 계획이다. 이런 정보는 숙박업소의 광고상품 구매를 좌우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현행법으로는 계약서 기재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게 공정위 쪽 설명이다. 현재 정부가 발의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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