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장수’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재부는 주요 업무에서 허술함을 드러내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 5월까지 국세수입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조6천억원이 늘었다. 기재부는 지난 1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8월 예상한 국세수입 282조7천억원을 31조5천억원 늘어난 314조3천억원으로 고쳤다. 하지만 5월 누적 국세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43조6천억원이나 늘면서, 기재부가 수정 전망한 31조5천억원보다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불과 2주도 안 돼 기재부 고쳐쓴 전망이 틀릴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기재부는 당초 지난해 세수 전망이 틀린 이유로, 코로나19라는 세계 대공황 이후 초유의 일을 꼽았다. 그럼에도 세수 전망 오차율이 11.1%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기재부의 잘못된 전망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재정 지출을 줄였다. 또 올 2차 추경에서도 보수적으로 추가 세수를 내다봐 추경 규모 확대에 제약을 준 모양새다. 기재부가 예산과 세금, 경제정책 등 대부분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조직인데도 전문성은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재부가 담당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터무니없는 오류가 발생해 결과를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 기재부는 지난달 18일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지만, 계산 실수가 발견돼 일주일 뒤 10개 기관 평가를 수정했다. 경영평가가 도입된 1984년 이후 계산 착오로 평가 등급을 대대적으로 번복한 것은 처음이었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오류는 공정위 고위 공무원 음주 사건,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 등과 함께 공직기강 해이로 국무총리실에서 꼽기까지 했다. 여기에 예산 심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사회예산심의관을 수개월째 공석으로 두고, 주요 보직 과장 인사는 미루는 등 잡음도 새 나오고 있다. 여기에 취약계층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밝히지만, 실제론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최근 사회복지 분야 예산협의회에서 ”내년도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저소득층 중심의 소득 불균형 개선에 역점을 둬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생계·자활급여소위원회’에서 내년 중위소득 기본 증가율을 1.4%로 제시했다. 애초 최근 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소득 증가율로 정하자고 지난해 합의했는데도, 이를 뒤집은 것이다. 더욱이 기재부가 제시한 1.4% 증가율은 가계금융복지조사 평균 증가율 4.3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위소득은 취약계층을 위한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의 금액을 정하는 기준이 돼, 적게 오르면 취약계층 지원금도 그만큼만 늘어난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4월1일 재임 843일로 최장수 장관으로 올라선 데 이어 9월이면 재임 1000일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재부는 마치 ‘레임덕’ 상황에 부닥친 것처럼 전문성 부족이나 인사 잡음이 새 나오고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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