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 과열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선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4차 유행이 금리 인상의 변수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예상대로 이르면 8월, 늦으면 10~11월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1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5월 부터 1년 넘게 역대 최저 수준 금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금통위 내부 분위기는 금리 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간 모양새다. 이 총재와 6명의 금통위원 중 고승범 위원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한은의 금리 인상 시간표가 좀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금통위 뒤 기자회견에 나선 이 총재의 발언은 이런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 해소에 더욱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어려움이 부채가 과도하다는 것이며, 차입에 의한 자산 투자는 해소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빨리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금통위에서도 다수의 위원이 금융 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도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을 보면 국내 주택, 특히 수도권 주택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고평가돼 있다”며 “다른 나라들에서도 집값 상승은 마찬가지 현상이지만, 우리는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가 상당히 많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도 실물 경제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회복세를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의 빠른 방역 대책과 백신 접종 확대 계획이 이행되면 확산세가 진정되고, 여기에 정부의 추경 효과가 더해질 것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년 중 성장률은 지난 5월에 전망했던 4% 수준에 부합할 것”이라며 “수출과 투자도 지금까지 회복세를 뒷받침해왔는데,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피해에 대해선 “통화정책은 거시 정책으로 경기에 대응하고, 재정정책이 선별적으로 취약 계층에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예상대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이르면 다음달부터 금리 인상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와 물가 오름세 확대 및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음 회의부터는 통화 정책 완화가 적절한지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8월, 10월, 11월 총 세 번이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을 감안하면, 한은이 코로나19 재확산 추이를 보면서 빠르면 8월, 늦으면 10~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는 여전해 보인다”며 “8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더 늘고, 10월에는 실제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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