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산 격차가 소득 격차보다 더 크고, 상위계층 집중도 역시 더 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더욱이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편중돼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분위별 자산소득 분포 분석 및 국제비교’ 보고서를 보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자산 상위 20%인 5분위의 순자산 점유율은 2011년 63.9%에서 2015년 60.2%로 낮아졌다가 2019년 62.0%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분위의 소득 점유율은 2011년 47.4%에서 2015년 45.7%로 낮아졌다 2019년 46.9%로 조금 올랐다. 5분위가 2019년 기준 순자산 점유율이 62.0%로 소득 점유율(46.9%)보다 높았다. 또 순자산은 2015년 대비 2019년에 5분위의 점유율만 증가한 반면 소득은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인 1분위도 5분위와 함께 증가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자산 격차도 확대됐다. 2011년 수도권의 자산이 비수도권에 비해 1.68배였는데 2015년 1.39배로 줄었다가 2019년 1.60배로 증가했다. 예정처는 2011∼14년에는 비수도권의 주택매매가격이 수도권보다 높게 상승했지만, 2015∼19년에는 수도권이 더 큰 폭으로 오른 탓으로 풀이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소득격차는 2011년 1.21배에서 2015년 1.14배로 축소됐다 2017년 1.22배로 오른 뒤 2019년 1.20배로 약간 하락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자산 및 소득변수의 불평등도를 커널밀도추정(Kernel Density Estimate)을 이용한 분석에서도, 자산 격차가 소득 격차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순자산의 최댓값은 중윗값의 69.3배 수준이고, 처분가능소득의 최댓값은 중윗값의 34.7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순자산이 처분가능소득보다 훨씬 상위계층에 쏠려있음을 뜻한다.
또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이었다. 2019년 기준 가계 자산의 71.8%가 부동산이었고, 거주주택 비중은 42.5%에 달했다. 2011년 가계 자산의 부동산 비중은 69.6%, 거주주택 비중은 37.7%였는데 모두 늘어난 것이다. 2011년 가구당 자산이 3억2324만원에서 2019년 4억4543억원으로 증가했는데, 거주주택은 1억2194만원에서 1억8945만원으로 늘어 증가폭이 더 컸다. 가계가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확대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자산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소득분배 개선 정책으로는 가계의 경제적 격차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가계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편중돼, 위기 시 유동성 부족으로 즉각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며 “자산의 역할 중 하나인 위기상황에 대한 경제적 안정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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