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채 제외 순자산이 1경423조원으로 1년 동안 1110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의 9.6배에 달한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을 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1경423조원으로 전년 대비 11.9%(1110조원) 증가했다. 2008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의 증가폭이다. 순자산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현금 및 주식 등 금융자산을 합친 것에서 금융부채를 뺀 개념이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로 인해 금융부채 규모는 2051조8천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2%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집값과 주가가 급등하면서 비금융자산(10.1%)과 금융자산(13.9%)의 증가세는 이를 뛰어 넘었다.
순자산은 주택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전년 대비 616조1천억원 증가했다. 이 외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264조원), 현금 및 예금(185조5천억원) 등의 자산도 1년 전보다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산 중 주택의 비중은 2015년부터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지난해 ‘투자 열풍’에 힘입어 비중이 커졌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산 규모는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의 9.6배에 달했다. 부동산 자산은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의 7.2배다. 관련 수치 모두 2008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다.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쉽게 말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산과 부동산 자산은 전체 가계가 돈을 안 쓰고 7~10년 저축해야 가능한 규모라고 볼 수 있다.
순자산을 추계가구 수로 나눠보면 지난해 말 가구당 순자산은 5억1220만원으로 추정된다. 2019년 4억6297만원 대비 10.6%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 일반정부, 비금융 및 금융법인 등을 합한 국민 순자산은 지난해 1경7722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1933조2천억원의 9.2배다.
국민순자산 중 토지는 9679조4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917조원 증가했다. 토지자산의 지디피 대비 배율은 5.0배로 이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2019년에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4.6배를 기록했는데, 1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민순자산 중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산의 비중은 58.8%다. 작년 각 가계의 자산 증가가 부동산 시장에서 많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토지자산은 역시 수도권에 집중됐다. 2019년 기준 토지자산의 수도권 비중은 57.2%로 전년(56.9%)에 비해 커졌다. 토지자산 수도권 증가율은 7.1%로 비수도권 증가율(5.8%)을 상회했다.
한은은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금융부채 증가세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융자산과 비금융자산이 모두 전년과 비교하면 큰 폭 증가해 순자산이 11.9% 늘었다”며 “실물과 금융부문의 상호작용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연관비율은 108.2%로 2008년 이후 최고치였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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