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기사와 맺는 계약서에 배달료 같은 기본적 사항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합동으로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배달기사 간 계약서를 점검했다고 22일 밝혔다. 점검은 서울·경기 지역의 배달대행업체 163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역 배달대행업체는 로지올이 운영하는 ‘생각대로’ 같은 분리형 배달대행 앱과 배달기사를 중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업체가 음식점에서 수수료를 받아 앱과 기사에게 나눠주는 구조다.
대부분의 업체는 계약서에 기사에게 주는 배달료를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서만 봐서는 배달기사 입장에서 얼마를 받을지 알 수 없는 셈이다. 몇몇 업체는 배달기사에게 수수료 형태의 대가를 지급하는데, 이들 업체도 계약서에는 ‘건당 100∼500원’ 식으로 범위만 명시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 사유도 따로 적지 않아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조정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기본 배달료와 수수료(율), 변동 사유 등을 계약서에 정확히 적도록 권고했다.
일부 계약서에는 기사가 여러 업체에서 일감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있었다. 일명 ‘멀티호밍 차단’ 조항이다. 또 다수의 계약서는 계약 해지 후 무기한 경업(동종 업계 취업)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영업비밀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직업선택의 자유도 함께 고려해 경업 금지 의무는 계약이 존속되는 기간에만 유지되도록 했다. 또 배달기사가 여러 업체로부터 업무를 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점검을 받은 업체 중 124곳(76%)은 표준계약서를 쓰거나 기존의 계약서를 자율 시정하기로 했다. 22곳은 폐업 등으로 계약서를 확인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나머지 17곳에 주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배달업계와 노동계는 지난해 10월 관계부처의 지원을 받아 표준계약서를 도입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배민라이더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익스프레스) 등 통합형 배달대행 플랫폼은 표준계약서 도입에 동참했으나, 지역 배달대행업체의 참여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 있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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