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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반 삼성 종합대책’ 배경과 전망

등록 2006-02-07 14:42

'세금없는 상속'에 대한 비난과 편법.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지배구조 개선 압박 등으로 '창사 60년 이래 최대위기'에 직면해온 삼성이 마침내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이 7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일련의 대책은 그동안 정부.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받아온 요구 가운데 최대치를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 관계자들은 내심 이날 발표된 대책의 실천으로 그동안 삼성을 옥죄어 온 법적, 윤리적 속박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번 대책은 삼성이 '삼성공화국론'으로 대변되는 '반 삼성 기류'에 대처하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사실상의 모든 '카드'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뜨거운 쟁점이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을 통한 '세금없는 경영권 상속' 비판에 대한 응답으로 삼성은 "시민단체 등이 부당하게 얻었다고 주장하는 수익금 전액"에 해당하는 1천300억원을 사회에 '조건없이'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헐값 배정' 시비를 낳았던 에버랜드 CB 등으로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4자녀의 이득을 전액 사회에 환원한다면 '부당상속' 시비는 원천적으로 해소된다는 것이 삼성측 논리다.

삼성이 출연하는 금액은 이밖에도 지난해 사망한 이 회장의 막내딸 윤형씨의 유산 2천200억과 '이건희 장학재단'의 기금 4천500억원을 포함해 모두 8천억원에 이른다. 종종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인들이 '여론무마용'으로 사재를 출연해 재단이나 기금을 조성하는 것과 이번 조치는 차원이 다르다고 삼성측은 설명한다.

8천억원을 '아무런 조건없이' 사회에 헌납하는 것이며 이후 운영주체나 운영방안에 대해 삼성은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심지어 '이건희 장학재단'에서 '이건희'라는 이름이 유지될 지 여부에 대해서도 향후의 운영주체가 결정하는대로 따를 뿐 아무런 주장을 내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은 '이건희 장학재단'을 내놓은 뒤에도 자체적으로 장학사업을 계속할 것이며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순수 사회복지 사업비'를 종전의 두배인 연간 2천억원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일등기업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의견과 여론도 전폭 수용한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에 정면으로 맞서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삼성공화국론'의 빌미가 됐던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관한 헌법소원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건에 대한 증여세 443억원 부과처분 취소소송은 취하키로 했다.


이와 아울러 삼성은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적용 등 핵심계열사의 경영권 방어에 민감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법규 문제에 대해서도 국회와 정부의 결정을 수용키로 했다.

특히 금산법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서 "법논리만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감정도 헤아릴 것"을 주문한 바 있으나 삼성은 금융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제조계열사의 지분 강제매각이나 의결권 제한 등 조치가 취해지면 경영권 방어가 위태로워진다면서 강경한 반대논리를 펴 왔다.

특히 엘리트 법조인 출신으로 이뤄진 그룹 법무실이 이 같은 '법대로 식'의 대응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삼성' 기류를 더욱 부채질한 측면이 있었다. 삼성은 두건의 대정부 소송 취하와 법무실 분리 및 축소를 통해 이 같은 여론에 응답했다.

이 본부장은 이와 같은 대책이 "우리 사회와 국민이 삼성에 대해 제기한 문제들에 관해 여러 달에 걸쳐 고민해온 결과"라면서 "약속한 내용을 차질없이 시행해 국민에게 사랑받고 믿음을 주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로써 삼성의 모든 곤경이 종식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에버랜드CB 편법배정 등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재용씨 등 이 회장 자녀들이 에버랜드 CB를 편법으로 헐값에 배정받았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이미 법원이 1심에서 이 업체 핵심경영인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고 검찰이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 및 이 회장의 연루 여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 드는 상황이어서 결과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삼성으로서는 이번 사재 출연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참작되기를 바라겠지만 한국 형사 체계로는 에버랜드CB 배정을 통한 차익을 전액 사회에 환원한다고 해서 CB 배정과정에서 자행된 불법을 문제삼지 않을 법적 근거도 없다.

'X파일' 사건은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따라 일단 수면하로 잠복했지만 논란의 불씨가 살아 있고 특검제가 도입될 경우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거액의 사회환원으로 '세금없는 상속'에 대한 시비는 차단할 수 있을지라도 경영권 대물림 자체에 대한 비판의 소지는 남는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금을 내고 법규에 따라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조차 반대한다면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을 무시하는 주장이 아니냐"면서 경영권 상속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조조정본부 축소,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등도 새로운 내용은 아니며 삼성을 비롯한 재벌그룹들이 정권이나 여론으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았을 때 흔히 내놓은 대책이어서 이번 삼성 발표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

삼성이 '쓴소리'를 듣기 위해 결성해 운영하겠다던 '삼성을 생각하는 모임' 역시 삼성에 비판적인 입장에 선 시민사회 세력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전시효과' 목적의 기구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당장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대책이 미흡하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따라서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일련의 대책들은 그 자체로 긍정적 여론을 불러 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고 향후 실천 여하에 따라 삼성에 대한 시각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본부장은 일련의 대책으로 '반삼성' 기류가 무마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론의 반응을 점칠 수는 없지만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관계자는 "이 대책이 당장 여론을 반전시키기에는 미흡할지 몰라도 거액의 사재출연과 꾸준한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수혜자가 늘어나고 무엇보다도 국가경제에 대한 삼성의 기여가 제대로 이해된다면 '반삼성' 여론은 자연히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왕훈 기자 cwhyn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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