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
상반기 우리 경제가 받아든 성적표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이어가려면 반드시 넘어야할 관문이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다. 소비 심리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정부는 상반기 쌓아올린 경기 회복세와 사람들의 방역 적응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만약 두 요인이 도움을 준다면 코로나19 재확산 위기에도 연간 4%대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기대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성장률(0.7%)은 시장의 예상(0.6%)을 웃돌았다. 한은은 상반기(올해 1∼2분기) 경제 실적이 내부 분석보다 좋게 나왔다는 입장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2분기 성장률은 한은 조사국의 예상보다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갔다. 이미 지난 1분기 민간소비를 제외한 전체 실질 지디피, 수출, 설비투자가 2019년 말 수준을 넘었다. 그런데 2분기에는 민간소비도 크게 회복했다.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준내구재는 물론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 이용도 늘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민간소비 수준은 2019년 4분기를 ‘1’로 볼 때 0.98까지 올라왔다.
활력을 찾은 소비는 수출 감소도 보완했다. 올해 2분기 실질 지디피 성장률(전 분기 대비) 0.7% 중 순수출(수출-수입)은 -1.7%포인트로 마이너스(-) 기여를 했지만, 소비와 투자를 보여주는 내수 기여도가 2.4%포인트를 기록하면서 경제를 지탱했다.
한국은행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경제 정상화의 마지막 숙제는 역시 코로나19다. 이달 초 갑자기 시작된 4차 대유행으로 하반기 민간소비가 다시 감소하면 연간 4%대 성장은 어려워진다.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서 희망을 갖고 있다. 일단 1년의 절반인 ‘상반기 실적’을 두둑히 챙겼다. 여기에 경제 학습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사람들이 코로나19에 점차 적응하면서 방역 조치 내에서 충분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소비 위축 범위가 ‘전체 업종→대면 서비스업→대면 서비스업 일부’ 등으로 점점 축소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박 국장은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라 소비 심리가 크게 악화했지만, 2~4차 대유행으로 갈수록 심리적 위축이 상대적으로 덜해지는 모습”이라며 “4차 대유행은 학습효과로 인해 대면 서비스업 충격 범위가 일부분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은은 올해 3분기 역성장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본다. 박 국장은 “6월부터 차량용 반도체 문제가 해소돼 수출 감소가 회복될 수 있으며, 민간소비도 학습효과가 있어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현재 상태에서 볼 때) 과도한 우려 같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도 경제 방어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한은은 정부의 2차 추경이 최소 0.1~0.2%포인트 성장률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외 델타변이 바이러스로 3분기 경기 둔화 우려가 부상해 단기적으로는 민간소비 하향이 불가피하지만, 일부 봉쇄 조치에도 재화 수요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 부진도 2차 추경이 일부 메꿔 올해 4% 성장 기대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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