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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선진국은 해운 담합 허용?…거짓투성이 ‘해운법 개정안’

등록 2021-08-03 16:33수정 2021-08-03 17:19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취재사진단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취재사진단

해운업계 공동행위(담합)를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사 담합을 제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이는 전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다. 특히 해당 법안은 주요 국가가 모두 해운업계 담합을 허용한다는 거짓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운법 일부개정안을 보면, 선사들의 담합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경우에도 공정위가 직접 제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조치를 요청하는 것만 가능하다. 법안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서는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주요 해운 선진국들은 역사적으로 선박 배치, 화물 적재, 운임 등에 대한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 달리 국내에서만 해운업계 담합을 규제하고 있으니, 공정위 제재 권한을 뺏음으로써 선사 담합 규제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이런 설명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최근 수십년간 주요 국가는 오히려 해운업계 공동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왔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존에는 고정비 지출이 큰 해운업 특성을 감안해 정기선 담합을 폭넓게 허용했지만, 선사들의 가격 담합으로 화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2년 정기선 가격 담합에 대한 반독점법 면제 규정을 폐지하라고 회원국에 권고했다.

실제로 가격 담합은 주요 국가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유럽연합(EU)은 2008년 정기선 담합에 대한 경쟁법 제재를 포괄적으로 면제해주는 규정을 폐지했다. 현재 일부 형태의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경쟁법 적용을 유예해주고 있으나, 가격 담합은 해당사항이 없다. 당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번 폐지 결정으로) 유럽 산업과 소비자 모두 상당한 혜택을 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특히 정기선 운임이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1998년 선사 간 담합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해운개혁법(OSRA)을 도입했다. 연방해사위원회(FMC)에 신고한 공동행위는 여전히 허용하면서도, 개별 선사가 비밀리에 화주와 따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했다. 선사들로서는 담합을 해서 얻을 실익이 사라진 셈이다. 실제로 2015년 미국이 OECD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0년 이후 연방해사위원회에 접수된 공동행위는 한 건도 없다. 일본도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는 등의 공동행위에 대해 선사가 시정을 거부할 경우, 반독점법을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위성곤 의원실 관계자는 “그 부분은 모르겠다. 해수부에서 정리한 내용을 참고해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해운법 개정안을 이달 안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민주당·해운업계 간담회에서 “해당 법안이 법안소위에 회부돼 속도감 있게 심의받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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