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을 정조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원에서
플랫폼 반독점 법안 5가지를 마련한 지 꼭 두 달 만이다. 빅테크를 향한 미국 의회의 칼날이 더욱 정교해지는 모양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열린 앱마켓 법’(Open App Markets Act)을 발의했다고 11일(현지시각) 밝혔다. 에이미 클로부샤 의원과 마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도 발의에 참여했다. 이들 의원은 모두 빅테크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표명해온 인물이다. 블루먼솔 의원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빅테크의 괴롭힘(bullying)에 맞서는 돌파구를 마련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법안은 앱마켓 특유의 불공정 행위 전반을 다루고 있다. 먼저 인앱결제 강제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애플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든 iOS 앱에서 애플의 인앱 결제 시스템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애플이 최대 30% 수수료를 걷어간다. 구글도 이와 유사한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오는 10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법안은 기업이 자사 앱마켓에 앱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인앱결제 사용을 강요해서 안 된다고 명시했다. 또 앱 개발자가 앱을 통해 더 저렴한 결제 수단을 안내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앱보다 웹사이트에서 더 싼 값에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어도, 앱 개발자가 앱상에서 이 사실을 고객에게 알릴 수 없었다. 이른바 안티-스티어링(anti-steering) 조항이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게임 앱 ‘포트나이트’에서 대체 결제 수단을 안내했다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차단된 바 있다.
다른 앱마켓을 경쟁에서 배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앱 개발자가 다른 앱마켓에서 더 저렴하게 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혜국대우조항(MFN)이 대표적 사례다. 일종의 최저가 보장제다. 구글과 애플의 운영체제(OS)를 겨냥한 조항도 있다. 각 운영체제에서 고객이 제3자 앱이나 앱마켓을 디폴트 값으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하며, 구글·애플 앱마켓과 앱을 숨기거나 지울 수 있어야 한다.
제3자 앱을 차별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한 예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애플뮤직이 스포티파이보다 검색 결과 등에 있어서 불합리한 우대를 받는다면 해당 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구글과 애플의 데이터 독점 문제도 다뤘다. 이들 기업은 앱마켓을 운영하면서 얻은 다른 앱에 대한 정보를 해당 앱과 경쟁하는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열린 앱마켓 법’ 위반에 대한 제재는 경쟁당국이 맡는다. 법 5조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장관이 해당 법을 집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열린 앱마켓 법을 위반하는 행위는 연방거래위원회법 5조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연방거래위원회법 5조는 셔먼법이나 클레이튼법으로는 제재할 수 없는 행위 유형을 포괄하고 있어, 연방거래위원회의 독자성을 상징하는 조항으로 평가된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