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 총지출 규모를 600조원 이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인한 격차 해소 등을 위한 확장적 재정을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500조원(본예산 기준)을 넘은 지 2년 만에 6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15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격차 해소와 방역 강화는 물론 한국판 뉴딜과 탄소 중립 등 미래 대응을 위한 재정 투입도 함께 고려해 내년 예산을 600조원 이상 편성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내년 예산안 초안을 문 대통령에게 지난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600조원 이상의 예산이 편성되면, 올해 본예산 558조원 대비 7.5%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 들어 두 차례 편성한 추경까지 포함한 604조9천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증가율로는 올해 수준(8.9%)에는 못 미치지만, 2020∼2024년 중기재정운용계획 상 내년 총지출 증가율인 5.7%보다는 2%포인트가량 높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코로나 격차 해소를 위해 내년까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내년 예산안은 사회안전망 강화와 국민 안전 및 삶의 질 제고, 미래 성장 등이 큰 줄기를 이룰 전망이다. 우선 격차 해소를 위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 보상 예산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 4분기부터 발생한 손실은 내년 예산으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앞서 올 3분기 손실보상은 애초 2차 추경 편성 당시 6천억원으로 편성됐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1조원으로 늘어난 바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폐업 지원이나 사업구조 전환, 스마트·온라인화에도 상당한 수준의 예산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케이(K)자 양극화' 극복을 위해 대표적인 피해 계층으로 꼽히는 청년층에 대한 지원은 물론 교육, 돌봄 격차 해소에도 많은 예산이 편성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맞춤형 일자리 대책과 주거, 소득, 돌봄 지원 대책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백신 부스터 샷 비용과 환자 치료 병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기관 손실보상비 등에도 상당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격차 해소는 물론 미래 성장을 위해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에는 30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기재부는 이번 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거쳐 예산안을 확정해 이달 말에 발표한 뒤 9월 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예산안의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평가하기 이르다”면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내년에도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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