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모습. 한은 제공
한국은행이 1년 3개월만에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 채권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는 2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금융불균형의 완화보다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와 취약계층의 부축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셋 중 둘(67%)은 금통위가 8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사 시기(8월11~17일)에 견줘 동결 전망이 생각보다 높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설문 대상에는 펀드매니저 등 채권 운용과 중개업무 담당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코노미스트만을 대상으로 <블룸버그>가 지난 20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동결과 인상 전망이 6대5로 팽팽했다. 채권 애널리스트들이 낸 최근 5일간 리포트를 증권사별로 종합하면 동결 7곳, 인상 5곳으로 집계됐다. 어느 경우에도 전원일치가 아닌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코로나 대유행의 끝은 보이지 않는 반면 국내 경기는 정점을 통과하고 있는 현실을 환기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취약계층에 충격이 집중될 금리인상이 한 박자 늦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동결론자들은 최근 뉴질랜드가 예상을 뒤엎고 금리를 동결한 사례를 강조한다. 지난 18일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했다. 전년 대비 30%에 육박하는 주택가격 상승에도 6개월 만에 확진자가 발생하자 내린 결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백신 접종률이 70%에 도달한 것을 확인한 뒤 10월에 금리를 올리는 게 조금은 편할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금리인상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한은이 시사한대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이번에 질서있는 통화정책 정상화의 첫발을 뗄 것이라고 본다. 한은이 지난 5월 이후 정책의 우선 순위를 금융안정으로 강조해온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티비(KTB)투자증권은 “만약 이번에 금리를 동결할 경우 향후 정책결정의 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사 보고서에는 기준금리 예측과 자사의 관점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석원 에스케이(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은 애초 밝힌대로 이번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자산가격은 대출규제 등 미시적으로 대응하면서, 피해가 큰 자영업자 등을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는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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