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는 지난 20년간 실업률을 0.4%포인트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청년층보다 구직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기 어려워서다.
한국은행의 오삼일 차장·유민정 조사역은 31일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조정 실업률 추정'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디에프엠(DFM·Dynamic Factor Model)조정 실업률을 추정한 결과 지난 20년간 인구구조 변화는 실업률을 0.4%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2002년~2020년 동안 50살 이상 비중은 23%에서 42%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지만,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3%에서 15%로 감소했다. 그런데 이것은 실업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청년층은 취업 욕구에 비해 아직 노동 시장 경험이 적어 실업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고령층은 은퇴를 하는 등 구직 활동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 실업률이 낮다. 실업 통계는 일할 능력과 의욕이 있어도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을 집계한다. 구직 활동 자체를 안하면 실업률에 잡히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에 반영된다.
따라서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심해지면 실업률을 끌어내리는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보고서는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향후 인구구조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염두에 두고 실업률 추이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인구 비중 변화(직접효과)만을 고려할 경우 지난 20년보다 향후 20년 동안 실업률 하방 압력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업률에는 인구구조 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 참여 변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등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도 많다. 이에 시기마다 하방 압력(인구구조 변화)과 상방 압력(노동시장 변화)이 동시에 작용해 전체 실업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를 겪은 올해 1분기 기준 디에프엠 조정 실업률은 4.6%로 2010년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4.0%)보다 0.6%포인트 높았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실업률을 낮추는 하방 압력이 있었음에도 코로나19 충격 등 노동시장 변화가 주는 상방 압력이 훨씬 강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인구고령화가 실업률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지난 10년간 실업률은 추세적으로 상승했다”며 “이는 고령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전반적인 경제 활동 참여 확대, 경제 구조 변화에 따른 불일치 실업 증가 등 노동 시장 자체 요인이 인구구조 변화에 의한 실업률 하방 압력보다 더 크게 작용한 데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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