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세 합의안이 최종 추인되면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외 국내 수출기업 다수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가 6일 공동으로 개최한 오이시디 디지털세 관련 온라인 설명회에 발표자로 나선 이동훈 미국 회계사(법무법인 율촌)는 “최저한세율 15%를 도입하는 ‘필라2’는 매출 기준을 ‘1조원 이상’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국내 기업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추정에 따르면 여기에 따른 적용 대상 국내 기업 수는 500개 남짓에 이른다.
디지털세는 글로벌 기업이 외국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매출을 일으킨 곳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조세 체계다. 과세 대상에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제조기업도 포함돼 한국 수출기업도 영향권에 들어 있다.
디지털세 도입 방안의 두 축 중 ‘필라1’은 대규모 다국적 기업 100개 남짓에 본국뿐 아니라 시장 소재지국에도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며, 필라2는 저세율 국가를 통한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최저 법인세율을 두게 하는 내용이다. 필라2 적용 대상은 연 매출 7억5천만 유로(약 1조원) 이상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는 필라1만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두 곳만 대상인 듯 많이 알려져 있던 터였다.
이날 설명회에서 김태정 기획재정부 신국제조세규범과장은 “10월 최종 합의까지 과세권 배분 비중, 중간재의 매출 귀속 기준, 적정 최저한세율 수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며 “기업들 의견을 최대한 경청해 논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필라2 도입에 따라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은 감소하고 세제 이외 경영 환경의 중요성은 커지므로 기업들이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근 세무사(법무법인 율촌)는 ‘디지털세 계산방법’ 발표를 통해 “기업들이 디지털세 부담을 스스로 계산해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10월 최종안 도출 이후 정부가 상세하고 정확히 적용 대상 여부와 계산방법 등을 안내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세무사는 디지털세 계산 사례를 들면서 “한국 모기업이 저세율국에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최저한세율에 따른 추가 세액을 도출해 모기업이 한국 국세청으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조세정책팀장은 “디지털세 적용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추가 쟁점에 대한 의견을 대한상의 또는 기재부에 적극 제출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설명회 영상을 편집한 뒤 홈페이지(www.korcham.net)와 유튜브 채널 ‘대한상공회의소 인싸이트’에 올릴 예정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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