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엽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미래가치를 말하다 -청년과 정의-’ 주제의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가장 큰 화두는 ‘공정’이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지, 누군가에 의해 기회의 공정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한 현실 구조에 청년들은 분노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치를 말하다: 청년과 정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청년들이 생각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무엇인지, 또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짚었다.
김도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공정의 층위를 ‘표층적 공정’과 ‘심층적 공정’으로 구분한 뒤 우리 사회의 ‘병목 현상’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한정된 자원과 기회, 역할, 지위, 경력을 놓고 (청년들이) 치열한 경쟁(제로섬 경쟁)을 벌이는 곳에서는 승리와 패배의 규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우리 사회가 이런 표층적 공정에 매몰되기보다는 절차의 공정과 다른 새로운 차원의 공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병목 현상이 심한 사회에서는 절차적 공정성을 구현하고 능력과 노력에 따른 기회균등의 원리를 실현해도 기회균등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며 “능력과 경로, 선택이 다원화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년정책연구실장은 2013년과 2020년 사회통합실태조사와 국가 간 비교를 통해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분석했다. 김 실장은 “젊은층에서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최근 멕시코 수준만큼 크게 늘어났다”며 “공정 문제는 불평등과 연관된 것으로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소득·자산 감소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태준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청년노동자는 누구인가’란 물음을 던졌다. 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현장실습생으로 중소기업에서 3년7개월 동안 일했던 허씨는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 사고, 2017년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때 호명된 ‘청년노동자’라는 용어를 불러냈다. 허 작가는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이들 중에는 자신을 청년노동자로 소개하거나 규정하지 않는다. 청년노동자는 연령대뿐만 아니라 직장, 고용 형태, 학력, 경제 상황 등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청년은 엠제트(MZ)세대, 이대남, 이대녀 등 수많은 이름으로 변주되지만 같은 연령대의 목소리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청년담론이 만들어지려면 그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고졸 이하, 괜찮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비정규직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다문화 청년들을 지원해온 김지민 고양시다문화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사회적 소수자 문제를 들고나왔다. 그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관련 연구와 정책은 결혼이민자나 외국인근로자에 초점을 맞출 뿐 다문화 청년이나 이주배경 청년들의 연구는 거의 시도되지 않고 있다”며, 생애 주기별 맞춤형 교육과 정체성 찾기 프로그램, 사회참여 네트워크 연계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어젠다센터장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