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이 높아지자 소비자물가지표에 ‘집값’을 반영하는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는 전월세 비용만 포함돼 주택 구입에 대한 생활비 부담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매월 집계되는 물가 통계에 자가주거비를 적용하는 것에는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한국은행은 일단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한은은 28일 ‘자가주거비와 소비자물가’ 이슈노트를 통해 “최근 주요국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오는 2026년부터 유로지역 소비자물가지수(HICP)에 자가주거비가 반영될 예정”이라며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반영하는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데, 이는 물가지수 작성과 관련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현재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전월세 임차 비용이 포함된다. 본인이 소유한 주택에 대한 비용은 보조지표로만 다뤄진다. 그런데 보조지표인 자가주거비는 전월세 비용을 토대로 추정하는 것으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는 것은 장단점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반영할 경우 주거비 부담을 충분히 포착해 지표와 체감 물가 차이를 좁힐 수 있다. 반면 자가주거비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아닌 추정치다. 소유자가 자신의 주택에 거주하면서 발생하는 투자, 이자, 세금 등의 비용을 가정해 계산해야 한다. 이로 인해 추정 방법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달라진다. 자가 주택을 임대했을 때 획득할 수 있는 수익을 기회비용으로 추정(임대료 상당액 접근법)하거나 차입금의 이자 및 세금 등의 비용을 제반 비용으로 간주하는(사용자비용 접근법) 방법 등이 존재한다. 추정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매월 획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도입하려면 우리나라에 적합한 추정 방식을 찾아야 한다.
또 주택 가격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체 소비자물가 지표를 오염시킬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기준금리 결정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지급액, 최저임금 결정 등 국가 정책의 준거로 쓰인다. 주택 가격이 다른 물가 품목의 변동을 가릴 경우 대표성에 문제가 생긴다. 심지어 한은 통화정책의 경우 소비자물가 지표를 토대로 물가를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주택 차입금 이자 증가로 자가주거비로 인한 물가는 다시 오르는 ‘어긋난 현상 오류’도 발생한다.
이정익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장은 “소비자물가 내 자가주거비 반영 여부는 필요성과 제약요인이 병존해 있다”며 “폭넓은 관점에서 종합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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