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의 철학담당 임원인 빈센트 스탠리는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와 함께 환경 보호 신념을 기업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이윤보다 환경을 우선시하는 이 업체의 경영 기조는 1973년 창립 이후 이어지고 있다. 스탠리는 오는 20일 개막하는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 둘쨋날 세션에서 특별강연을 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9월 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영 철학은 무분별한 소비 경제에 등을 돌리고, 유용하면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사업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사명(Mission Statement)은 독특하다. “우리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이다. 파타고니아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제품’을 추구한다. 하지만 의미는 다르다. 이들이 말하는 최고의 제품은 ‘기능이 뛰어나야 하고, 수선이 용이해야 하며, 무엇보다 내구성이 월등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스탠리는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몇 세대에 걸쳐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또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곧 지구를 되살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는 자신들 또한 환경 훼손을 유발하는 산업생태계 안에서 사업을 해왔음을 각성한 이후 1996부터 모든 제품에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목화에서 나온 면을 사용한다. 사업 초기 가격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많았고 재고가 쌓여 경영상의 어려움도 여러차례 있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파타고니아는 남은 재고를 재난 지역에 기부했다. 스탠리는 “10년 전만 해도 이윤 추구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업) 목적 사이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했으나, 부단한 혁신을 통해 탄생한 제품과 관행이 고객 충성도를 한층 높여주면서 매출 증대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는 지난해 9월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글로벌 기후파업’에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해마다 매출의 1%는 풀뿌리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이 돈을 ‘지구세’라고 부른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으킨 환경 오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 이 업체가 독특한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의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스탠리는 “선진국 경제는 빠르고 무분별한 소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서 “지구 자원은 한계 지점에 도달한 상태다. 이제는 우리가 그동안 해오던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어젠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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