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의 구조조정 관리를 받는 국적 원양 해운사 에이치엠엠(HMM)이 2조원이 넘는 여유 자금을 산은의 저금리 예금에 맡겨두고 있었던 것으로 15일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산은에서 받아 이날 공개한 ‘에이치엠엠 보유 여유 자금별 운용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에이치엠엠은 여유 자금 4조308억원 가운데 67.4%를 산은에 맡겼고, 이 중 85%에 이르는 2조3107억원을 금리가 평균 0.21%밖에 되지 않는 정기예금 7개 상품에 넣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여유 자금 3790억원은 평균 금리가 연 0.54%인 수시입출금식 특정금전신탁(MMT) 6건에, 277억원은 평균 금리가 연 0.17%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4건에 넣어뒀다.
강민국 의원은 올해 9개월 동안 이들 여유 자금의 운용 수입이 만기 도래 전 상품을 제외하면 27억원에 그치고, 만기가 있는 상품의 예상 이자 수입도 4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에이치엠엠의 여유 자금을 활용한 수익이 저조한 것은 산은의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저금리 상품에 돈을 맡긴 탓이다. 에이치엠엠의 여유 자금 운용이 비효율적이고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에이치엠엠의 부실한 여유 자금 운영에 대해 강 의원은 구조조정 관리자인 산은에 책임을 물으면서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의 여유 자금 대부분을 산은 금융상품에 묶어두고, 이자 수익과 실적 올리기에 사용한 것은 모럴해저드의 극치다. 에이치엠엠 외 다른 구조조정 관리 대상 기업에서도 이러한 주먹구구식의 비효율적인 자금 관리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 의원은 금융당국에 산은이 구조조정 관리를 하고 있는 기업들의 여유 자금 운용실태를 감사하라고 주문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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