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전남 여수 경도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 법령을 위반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GRD의 증자 계획에 미래에셋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 자료가 확인된 것이다. 앞서 지아르디는 미래에셋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미래에셋 금융 계열사에서 대규모 대출을 받았다. 계열사 간 대출을 금지하는 자본시장법을 피해간 것이다. 미래에셋은 관계당국이 조사에 착수하자 지아르디 증자를 전면 중지한 상태다.
17일 <한겨레> 취재 결과, 미래에셋그룹 계열사가 투자할 사모펀드가 지아르디 증자 때 참여하기로 계획한 사실을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펀드는 전체 이익의 약 20%를 배당받도록 설계돼 있었다. 지아르디는 지난해 4월 여수 경도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이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5억원으로 1대 주주는 분양대행사 BS글로벌(지분율 49.3%), 2대 주주는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 와이케이디벨롭먼트(YKD, 20.5%)다.
증자가 이뤄진 뒤에는 펀드가 1대 주주로 올라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펀드가 확보하기로 계획된 지분은 총 44.8%다. 증자 규모 총 145억원 중 상당 부분을 펀드가 맡는 구조다. 미래에셋 계열사→사모펀드→GRD로 이어지는 핵심 출자고리가 형성되는 셈이다. 미래에셋에 돌아가는 이익의 몫도 더 커진다. 사업으로 발생한 이익배당비율은 YKD(59.1%)와 사모펀드(20.1%) 몫을 합치면 79.2%에 이른다.
BS글로벌은 소수 주주(1.6%)로 지위가 바뀐다. 이익배당비율도 0.9%에 그친다. 공정위에 앞서 조사를 진행한 금감원은 BS글로벌이 가져가는 시행 이익이 약 6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BS글로벌의 의결권 비율이 가장 많아 미래에셋이 독자적으로 지배하기 어렵다”는 미래에셋 쪽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업무 역할로 봐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비에스글로벌이 사업을 주도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BS글로벌은 아파트나 상가 분양 대행을 주로 하는 소규모 법인으로, 2018년 말 기준 자본금은 1억5000만원, 매출액은 17억7000만원에 그친다.
공동사업협약서에도 BS글로벌의 역할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다. BS글로벌은 GRD로부터 개발사업 관리(PM) 업무를 위탁받은 뒤, 이 중 대부분을 미래에셋컨설팅에 재위탁했다. 실질적으로 사업 전반을 미래에셋그룹이 좌지우지했다고 볼 여지가 큰 셈이다. BS글로벌이 맡은 업무는 단순 분양에 그친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은 BS글로벌을 1대 주주로 내세워 법망을 피해왔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보험은 모두 480억원을 GRD에 대출해줬다. GRD가 미래에셋 계열사로 확인되면 이는 모두 위법이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대주주에 신용을 공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보험업법도 이사회 전원의 동의를 얻는다는 전제하에만 대주주에 대한 보험회사의 신용 공여를 허용한다. 미래에셋생명보험은 이런 이사회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공정위는 GRD가 미래에셋 계열사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 YKD는 GRD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부지 27만㎡를 담보로 제공해줬다. 이미 해당 부지에 대한 담보권 1·2순위가 다른 기업으로 설정돼 있던 만큼, 통상적인 수준보다 더 큰 규모의 부지를 제공한 것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에 통상적인 범위를 초과한 채무보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해당 회사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같은 기업집단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공정위는 YKD의 담보 제공으로 채무보증 조건은 충족됐다고 본다. 미래에셋그룹이 사업의 핵심 부분을 담당하고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만큼 GRD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박현주 회장이 최근 지시한 대로 사업을 중단해도 불씨는 남아 있다. GRD가 미래에셋 계열사에서 빌린 자금은 이미 일부 지출된 상태다. 대출을 정상적으로 상환하지 못하면 YKD가 제공한 담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담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증자 계획과 관련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미래에셋 계열사뿐 아니라 BS글로벌 등 다양한 사업자가 펀드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사업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중단이라기보다는) 잡음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여러 문제점들을 재점검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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